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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 빨간 알약을 선택한 순간 1999년, 영화관을 나오며 느낀 충격‘매트릭스’를 처음 본 건 1999년 봄이었다. 그때 나는 대학생이었고, 어딜 가나 “대작이 나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불이 켜지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지나가는 자동차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왠지 진짜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나도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사람들 사이에서는 “리얼 월드”라는 말을 하며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농담처럼 섞어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기도 했다.워쇼스키 남매(당시에는 형제로 알려져 있었다)가 만든 이 영화는 SF 영화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총알이 느리게 날아가는 장면, 주인공이 공중에 멈춰 서서 몸을 .. 2025. 11. 30.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 모험과 아버지, 그리고 성배 1989년, 완벽한 어드벤처 영화'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을 처음 본 건 초등학교 때였다.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설명절때 TV에서 특선영화로 방영을 했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봤는데, 오프닝부터 완전히 압도당했다. 어린 인디(리버 피닉스)가 도굴꾼들로부터 십자가를 되찾으려 애쓰는 장면, 기차 위 추격전, 사자 우리에서의 탈출, 채찍을 처음 휘두르는 순간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인디가 내뱉는 한 마디, "It belongs in a museum!" 이 대사 하나로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조지 루카스 제작자의 세 번째 인디아나 존스 영화다. 전편인 ‘운명의 사원’이 너무 어둡고 잔인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라, 이번에는 .. 2025. 11. 29.
인터스텔라 - 우주 저편에서 찾은 사랑의 공식 2014년, 극장에서 느낀 압도적 경험'인터스텔라'를 처음 본 건 2014년 겨우내였다. IMAX 극장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우주선이 웜홀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입이 떡 벌어졌다. 그 거대한 화면, 압도적인 음향, 한스 짐머의 오르간 연주. 그때 느꼈다.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니라 그 이상의 느낌이었다.'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다.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으로 이미 천재 감독 소리를 듣던 그가 이번에는 우주로 나갔다. 그것도 그냥 우주가 아니라 블랙홀, 웜홀, 5차원까지 이해하기도 힘든 물리학의 세계를 영상으로 풀어내었다.영화를 보고 나서 머리가 복잡했다.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가슴은 뜨거웠다. SF 영화인데 결국 사랑 이야기였으니까. 아버지와 딸의 이야.. 2025. 11. 29.
레디 플레이어 원 - 가상현실 속 숨겨진 보물찾기 2018년, 스필버그가 선사한 향수의 놀이공원‘레디 플레이어 원’을 극장에서 봤을 때, 속으로 “나 저거 아는데, 아... 저것도!” 하며 생각했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알아볼 때마다 한마디씩 새어 나오는 작은 탄성이었다. 아이언 자이언트, 킹콩, 가면라이더, 건담. 수백 개의 캐릭터가 쏟아졌다. 80·90년대 팝컬처를 통째로 긁어 모아 스크린에 부어놓은 느낌이었다.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다. 70대에 접어든 감독이 이렇게 젊고 역동적인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이 먼저 놀라웠다. 원작은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 책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영화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특히 시각적인 스펙터클은 소설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주인공 웨이드를 연기한 건 타이 셰리던. .. 2025. 11. 28.
E.T. 리뷰 - 어린 시절 내 마음에 남은 외계인 친구 1982년 여름, 처음 만난 외계인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극장에서 본것은 아니고 개봉하고 한참 후 TV에서 방영해줄때 처음으로 'E.T.'를 봤다. 당시에는 외계인 영화라고 해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30분쯤 지나자 눈물이 났다. 못생긴 외계인이 이렇게 슬프고 사랑스러울 줄은 몰랐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 영화는 1982년에 개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40년도 더 전 영화인데, 여전히 명작으로 남아있다. CG도 변변치 않던 시절, 인형과 특수분장으로 만든 외계인 한 마리가 전 세계 관객을 울렸다.숲속에서 혼자 남겨진 작은 생명체영화는 캘리포니아 숲에서 시작된다. 밤하늘에 우주선이 떠 있고, 외계인들이 지구의 식물을 채집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우주선이 급히 떠.. 2025. 11. 28.
마션 - 화성에 홀로 남겨진 남자의 생존기 2015년, 극장에서 웃고 울다‘마션’을 극장에서 봤을 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중간에 박수를 쳤다. 주인공이 감자를 수확하는 장면이었다. 감자 키우는 장면에 박수를 치다니 싶다가도 금방 이해가 됐다. 나도 치고 싶었으니까. 화성에서 감자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도전인지, 영화는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영화 '마션'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를 만든 그 거장이 이번에는 우주 재난물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유쾌하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톤으로 가기 마련인데, ‘마션’은 정반대다. 주인공은 절망 대신 농담을 던지고, 디스코 음악을 틀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마크 와트니를 연기한 건 맷 .. 2025.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