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스필버그가 선사한 향수의 놀이공원
‘레디 플레이어 원’을 극장에서 봤을 때, 속으로 “나 저거 아는데, 아... 저것도!” 하며 생각했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알아볼 때마다 한마디씩 새어 나오는 작은 탄성이었다. 아이언 자이언트, 킹콩, 가면라이더, 건담. 수백 개의 캐릭터가 쏟아졌다. 80·90년대 팝컬처를 통째로 긁어 모아 스크린에 부어놓은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다. 70대에 접어든 감독이 이렇게 젊고 역동적인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이 먼저 놀라웠다. 원작은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 책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영화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특히 시각적인 스펙터클은 소설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
주인공 웨이드를 연기한 건 타이 셰리던. 어린 배우지만, 어수룩하면서도 똑똑한 소년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사만다 역의 올리비아 쿡, 악역 소렌토의 벤 멘델슨도 인상적이었다. 사이먼 페그와 마크 라이런스는 말할 것도 없고, 등장하는 순간부터 화면을 장악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내가 자라온 시대의 캐릭터들이 스크린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어릴 때 탐닉하던 게임들, 밤새워 보던 영화들, 테이프로 듣던 음악들. 스필버그가 우리 세대를 위해 만든 거대한 ‘향수 패키지’ 같았다.
2045년, 현실은 지옥이고 가상은 천국
영화의 배경은 2045년. 멀지 않은 미래지만, 세상은 이미 많이 망가져 있다. 경제는 붕괴 직전이고, 에너지는 고갈됐고, 환경은 회복 불가 수준이다. 사람들은 ‘스택(Stack)’이라는 이름의 빈민가에서 산다. 콜럼버스 시 외곽, 트레일러를 층층이 쌓아 올린 임시 아파트촌. 멀리서 보면 집이 아니라 공사용 비계에 사는 것 같다. 위태롭게 삐걱거리며 버티는 구조물 속 주인공 웨이드는 이모와 이모 남자친구와 함께 이 스택에 산다. 좁은 트레일러 안은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생활이다. 이모 남자친구는 폭력적이고, 웨이드는 그들과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폐차된 밴 안에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 숨어 지낸다. 웨이드는 그곳이 집보다 더 편하다.
하지만 웨이드에겐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바로 오아시스(OASIS) 전 세계인이 접속하는 거대한 가상현실속 세상이다. VR 고글과 장갑만 끼면 곧바로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오아시스 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가난한 학생이든, 실직자든, 장애인이든, 그 안에서는 누구든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웨이드의 아바타 이름은 ‘파시발’이다. 현실의 초라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멋진 헤어스타일에 세련된 장비를 갖춘 모험가다. 현실에서 웨이드가 가진 것이라고는 허름한 장비 몇 개뿐이지만, 오아시스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고, 유능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할만큼 능력있는 사람이다.
오아시스를 만든 사람은 제임스 할리데이로 마크 라이런스가 연기한 이 인물은 천재이면서도 어딘가 어색하고 서툰, 전형적인 ‘괴짜 개발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할리데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죽기 전 유언을 남긴다. 오아시스 안에 이스터에그(숨겨진 보물)를 숨겨 두었으며, 그걸 찾아낸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재산을 통째로 넘기겠다고.
그날 이후 전 세계가 들썩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터(Gunter, Egg Hunter의 줄임말)’가 되어 이스터에그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첫 번째 열쇠조차 찾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고, 관심도 서서히 줄어든다.
첫 번째 열쇠, 레이스
웨이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포기할수록 더 깊이 파고든다. 할리데이의 생애를 공부하고, 그가 좋아했던 영화, 음악, 게임들을 줄줄 외울 정도로 파고든다. 80년대와 90년대 팝컬처 박사가 된 셈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첫 번째 열쇠의 비밀을 이해한다. 첫 번째 관문은 모두가 알고 있는 맨해튼 레이스인데 거대한 도심을 가로지르는 레이싱 코스다. 디로리안, 배트모빌, 에이팀 밴, KITT, 고스트버스터즈의 차량까지, 온갖 명차들이 폭주한다. 하지만 수백, 수천 번의 시도 끝에도 아무도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했다. 마지막 구간에서 킹콩과 T-렉스가 튀어나와 모든 차량을 박살 내기 때문이다.
모두가 ‘더 빠르게, 더 잘 피해서’ 결승선을 통과하려고 머리를 쓰는 동안, 웨이드는 정반대로 생각한다.
“만약,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뒤로 가야 한다면?”
웨이드는 출발하자마자 뒤로 후진한다. 그러자 그동안 아무도 보지 못한 비밀 통로가 나타난다. 지하로 내려가는, 역방향의 길. 할리데이가 준비해 둔 첫 번째 장치는 ‘레이스에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아예 ‘레이스를 하지 않는 법’을 떠올리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압권이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도시를 질주하고, 다리에서 떨어지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폭발한다. 여기에 스필버그 특유의 리듬감 있는 액션 연출이 더해져, 관객을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그런데 진짜 정답은 이 폭주를 멈추고 한 번 뒤를 돌아보는 데 있었다.
웨이드는 결국 첫 번째 열쇠를 획득한다. 5년 동안 누구도 넘지 못한 벽이 처음으로 깨지는 순간. 리더보드 1위에 ‘Parzival’이라는 이름이 뜨고, 전 세계의 건터들이 경악한다.
아르테미스와 하이파이브
첫 번째 열쇠를 얻은 뒤, 웨이드는 자신이 존경하던 건터, 아르테미스에게 연락을 받는다. 아르테미스는 이미 오아시스에서 유명인사다. 웨이드는 팬에 가까운 마음으로 그녀의 방송을 챙겨보던 사람이다.
아르테미스는 말한다.
“이건 혼자서는 못 이겨. 팀을 짜야 해.”
웨이드는 동의하고, 아르테미스의 동료들을 소개받는다. 에이치, 대이토, 쇼. 여기에 웨이드의 절친 에이치까지 합류하며, 다섯 명은 ‘하이 파이브’라는 팀을 이룬다.
두 번째 열쇠의 단서는 “놀이가 없는 곳, 잭의 모든 일.” 웨이드는 이 문장을 보고 바로 떠올린다.
“‘샤이닝’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공포 영화 ‘샤이닝’의 유명한 문장.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잭은 둔해진다(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를 노린 힌트다.
팀은 그대로 ‘샤이닝’의 세계로 들어간다. 오버룩 호텔이 눈앞에 펼쳐지고, 거기에는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피를 토해내듯 쏟아내는 엘리베이터, 복도에 서 있는 쌍둥이 소녀들, 미로, 그리고 도끼를 든 잭. 공포 영화 팬에겐 그야말로 꿈의 크로스오버다.
이 장면을 위해 스필버그가 큐브릭 유족에게 직접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세트와 구도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덕분에, ‘샤이닝’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율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열쇠는 이 세계에서 할리데이의 ‘춤추는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춰야 얻을 수 있다. 아르테미스가 나서서 그 역할을 맡고, 결국 열쇠를 손에 쥔다. 하이 파이브는 다시 한 번 IOI보다 한 발 앞서 나간다.
IOI, 가상 세계를 노리는 거대 기업
하지만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적이 있다. 바로 IOI(Innovative Online Industries)로 오아시스를 장악해 광고판으로 도배하려는 초대형 기업이다. CEO 놀런 소렌토(벤 멘델슨)는 오로지 수익만 바라보는 인물로, 오아시스를 ‘돈 되는 공간’으로만 본다.
IOI는 건터들을 대량 고용해 ‘직원 건터군’을 만든다. 수천, 수만 명의 인력이 동시에 클루를 풀고, 장비와 아이템은 회사 돈으로 지원한다. 웬만한 개인 건터는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하이 파이브는 계속 IOI를 앞선다.
궁지에 몰린 소렌토는 결국 선을 넘는다. 웨이드의 현실 신상 정보를 추적해 그의 집을 폭파해 버리는 것. 웨이드는 간신히 살아남지만, 이모와 이웃들은 목숨을 잃는다. 게임의 승패를 넘어서 현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를 보여주는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교육이나 경쟁 시스템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원이 많은 쪽, 돈과 시간과 인맥을 모두 가진 쪽이 유리한 건 맞다. 하지만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그걸 진심으로 좋아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다. 바로 웨이드와 하이 파이브처럼.
세 번째 열쇠와 진실
웨이드는 현실에서 사만다(아르테미스의 실제 인물)를 처음 만난다. 올리비아 쿡이 연기하는 사만다는 오아시스 속 아바타와는 조금 다르다. 얼굴에는 붉은 반점이 있고, 현실의 옷차림도 수수하다. 하지만 웨이드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동안 오아시스에서 봐온 그녀의 용기와 진심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만다는 말한다.
“오아시스만 지키는 건 의미가 없어. 현실도 바꿔야 해.”
웨이드는 그제야 할리데이가 남긴 퍼즐의 진짜 의도를 깨닫기 시작한다. 세 번째 열쇠의 단서는 할리데이의 과거에 숨어 있다. 그가 사랑했지만 고백하지 못했던 여자, 키라. 그리고 평생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오그던 모로우(사이먼 페그)와의 관계속에 단서가 있다.
웨이드는 할리데이의 기억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어린 시절, 아타리 게임 ‘어드벤처’를 하던 할리데이를 본다. 역사상 최초로 이스터에그를 숨겨 놓은 게임이 어드벤처의 숨겨진 방에서 웨이드는 마지막 단서를 얻는다.
그럼에도 마지막 문 앞에는 또 하나의 시험이 있다. 할리데이의 아바타 ‘아노락’이 나타나 계약서를 내민다.
“여기에 서명하면 오아시스의 절대적인 주인이 될 수 있네. 하지만 대가로, 영원히 오아시스 안에 머물러야 하지.”
소렌토라면 아무 고민 없이 사인했을 제안이다. 하지만 웨이드는 거절한다.
“오아시스는 현실을 잊기 위한 곳이 아니에요. 현실을 버리고 도망가는 곳도 아니고요. 현실을 견디고, 버티고, 다시 나아가기 위한 곳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현실이에요.”
그 순간 아노락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리고 진짜 할리데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 대답을 기다렸지.”
오아시스의 소유권은 그제야 웨이드의 손으로 넘어간다.
오아시스의 새로운 규칙
새로운 주인이 된 웨이드는 오아시스에 ‘휴일’을 도입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아시스를 닫아 버리고 모두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다. 이렇게 모두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나와야 한다. 처음엔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적응해 간다.
웨이드는 사만다와 현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에이치, 대이토, 쇼도 모두 현실에서 만난다. 가상에서 시작된 인연이 현실의 우정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웨이드는 자신이 얻은 부와 권한을 스택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 데도 쓴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웨이드가 만들어가고 이렇게 영화는 웨이드의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할리데이는 현실이 유일하게 ‘진짜’인 것이라고 했어요.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도 진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진짜 우정을 만들 수 있어요. 아마 중요한 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느냐’일 거예요.”
팝컬처의 향연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숨겨진 레퍼런스를 찾는 일이다. 등장 인물, 배경, 소품까지 합치면 수백 개에 이르는 캐릭터와 아이템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한 번 봐서는 절대 다 잡아낼 수 없다.
웨이드의 차는 ‘백 투 더 퓨처’의 디로리안이다. 최종 전투에는 ‘아이언 자이언트’가 등장해 몸을 던진다. 한편에서는 건담이 메카고질라와 맞붙고, 곳곳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오버워치, 할로, 워크래프트의 캐릭터들이 싸우고 있다. 화면의 구석구석이 ‘게임 속 잡지 표지’처럼 느껴진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밴 헤일런의 ‘Jump’, 홀앤오츠의 ‘You Make My Dreams’, 비지스 등 80년대 음악이 가득하다. 사운드트랙만 따로 들어도 그 시대 공기의 질감이 느껴진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아는 캐릭터를 짚어가며 감탄했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영화에 친근감을 조금 갖고 보게 되었다.
나중에 블루레이로 다시 볼 때는 일시정지를 계속 하면서 화면을 분석했다. 인터넷에는 이미 레퍼런스를 정리해 둔 글을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아마 이 영화의 모든 숨은 요소를 100% 찾아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스필버그 본인도 다 기억 못할 정도일지도 모른다.
가상과 현실의 균형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가상현실은 멋진 공간이지만,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 오아시스는 ‘도피처’가 아니라 ‘도구’여야 한다는 것.
2045년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지금도 이미 VR과 AR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도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가상 공간에서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이 현실보다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집은 아직 아이에게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서비스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노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이가 크고 앞으로의 미래에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놀 시간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웨이드와 친구들은 오아시스를 사랑하지만, 결국 현실을 선택한다. 오아시스는 그들에게 중요한 공간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현실에서의 관계, 책임, 사랑이 여전히 중심에 있다.
할리데이가 평생 후회한 건 ‘가상 세계를 덜 만들었다’가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 친구와 멀어진 것, 현실에서 용기를 내지 못한 선택들이다. 그 후회가 결국 오아시스를 만들었고, 또 다시 새로운 세대가 그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스필버그의 경고와 희망
스필버그가 70이 넘은 나이에 이 영화를 만든 건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기술은 분명 대단한 도구지만, 그 안에 인간이 사라지면 아무 의미가 없고 게임도, 가상현실도 좋지만 결국 삶은 현실에서 직접 살아가야한다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조금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는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희망을 보여준다. 무너진 세상에서도,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개인이 싸울 여지는 있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고,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래는 완전히 어둡지 않다고.
언젠가 딸이 고등학생쯤 되었을 때,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 그때쯤이면 영화 속 레퍼런스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테고, 가상과 현실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AI의 발전속도를 보면 우리아이가 그 나이가 될때쯤이면 영화속같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게임 속 친구도 좋지만, 얼굴 보고 같이 웃어줄 친구가 더 소중하단다.”
이 말을 영화 이야기를 빌려서 전해보고 싶다.
마치며
‘레디 플레이어 원’은 두 시간 동안 제대로 된 놀이공원에 다녀온 느낌을 주는 영화다. 롤러코스터처럼 스릴 있고, 회전목마처럼 화려하고, 귀신의 집처럼 짜릿한 순간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미덕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스필버그는 여전히 스필버그다. 대규모 액션, 감정선, 유머를 균형 있게 조합해 내는 능력은 여전하다. CGI로 가득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마음에 남는 건 화려한 이펙트가 아니라 웨이드와 친구들, 그리고 현실을 향한 한 걸음이다.
극장을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영화 볼 친구들이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게 가장 좋은 오아시스 아닐까.
현실은 유일하게 진짜인 세계다. 가상에서 아무리 멋진 성과를 내도, 결국 돌아와야 하는 곳은 여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가상의 즐거움을 누리되, 현실의 사람들을 더 소중히 대하고, 오늘 하루를 더 성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Ready Player One? 아니, Ready Real Life.
영화 정보
- 제목: Ready Player One (레디 플레이어 원)
- 개봉: 2018년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원작: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Ready Player One'
- 출연: 타이 셰리던, 올리비아 쿡, 벤 멘델슨, 마크 라이런스, 사이먼 페그
- 장르: SF, 액션, 어드벤처
- 러닝타임: 140분
- 평점: ★★★★☆ (4.5/5)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80~90년대 팝컬처를 좋아하는 분
- 게임과 가상현실에 관심 있는 분
- 스필버그 감독의 팬
- 시각적 스펙터클을 즐기는 분
- 숨은 레퍼런스 찾기를 좋아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