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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70세 감독이 만든 2시간짜리 추격전의 예술 조지 밀러, 70세의 광기‘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실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나이다. 조지 밀러는 촬영 당시 이미 70세였다. 일흔 살 노인이 2시간 내내 폭발하고, 부딪치고, 미친 듯이 질주하는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도 대부분을 실제 스턴트로 찍었다. CGI는 최소한으로 줄였고, 진짜 차량을 만들었고, 진짜 배우들이, 진짜 사막을 달렸다.요즘 할리우드는 젊은 감독들의 무대다. 마블 영화 대부분을 40대 감독들이 찍는다. 대형 스튜디오 안에서 안전하게 촬영하고, CG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조지 밀러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나미비아 사막으로 들어갔고, 150대가 넘는 차량을 직접 제작했고, 스턴트맨들을 차에 매달고, 날려 보내고, 뒤집고,.. 2025. 12. 11.
그린 마일 - 기적을 가진 자의 형벌, 그리고 인간의 잔인함 선한 자가 처벌받는 세상‘그린 마일’은 정의(Justice)에 관한 영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의가 부재한 세상에 관한 영화다.1935년 루이지애나의 사형수 감방. 그곳에서 한 거대한 흑인 남자가 죽음을 기다린다. 그의 이름은 존 코피(마이클 클라크 던컨)다. 두 명의 어린 백인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깨닫게 된다.그는 유죄가 아니라 무죄다. 단순히 무죄를 넘어, 본질적으로 선한 사람이다. 아니, 선함 그 자체에 가까운 사람이다. 남을 치유하고,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 그가 전기의자에 앉는다. 이 상황을 과연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연출했다.‘쇼생크 탈출’을 만.. 2025. 12. 10.
시티 오브 갓 - 폭력의 순환, 그리고 탈출구 빈민가에서 태어난다는 것‘시티 오브 갓’은 선택에 관한 영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선택하지 못함에 관한 영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인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갱이 되거나, 죽거나, 아주 운이 좋으면 가난한 채로 겨우 살아남거나. 선택지는 이 세 가지뿐이다.대학, 직장, 미래 같은 단어는 이곳에 없다.2002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충격에 가까웠다.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는 실제 파벨라에 사는 아이들과 주민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화면은 더 사실적으로 보인다. 여섯 살에 총을 들고, 열 살에 마약을 팔고, 열다섯 살에 사람을 죽이는 아이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이들의 일상처럼 느껴진다.영화가 .. 2025. 12. 9.
타이타닉 - 계급을 초월한 사랑, 그리고 선택 1912년 4월, 침몰하는 배 위의 계급 구조‘타이타닉’은 흔히 로맨스 영화로 기억되지만, 내가 보기엔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사랑보다 계급(Class) 에 가깝다. 잭과 로즈의 사랑은 표면적인 이야기이고, 그 아래에는 1912년 당시 사회 계급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깔려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3등석과 1등석, 가난한 예술가와 부유한 상류층, 자유로운 영혼과 황금 새장 속 삶을 대비시키며 묻는다.사랑은 과연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인간의 가치는 정말 돈으로 측정되어야 하는가?1997년 개봉 당시 ‘타이타닉’은 당시 존재하던 거의 모든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전 세계 18억 달러가 넘는 수익,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석권. 그런데 나를 극장에 세 번이나 다시 가게 만.. 2025. 12. 8.
라이온 킹 - 삶의 순환, 그리고 책임의 무게 "Circle of Life"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이온 킹'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삶의 순환(Circle of Life)'이다. 영화는 이 하나의 철학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난다. 오프닝 장면부터 이 메시지를 웅장하게 선포한다. 해가 뜨고, 라피키가 어린 심바를 높이 들어 올리고, 모든 동물들이 프라이드 랜드에 모여든다. 한스 짐머의 음악과 라보 음악이 울려 퍼지며 "From the day we are born... till we find our place on the path unwinding..."어렸을 때 이 장면을 보고 그냥 멋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부모가 되고 나서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삶의 순환은 단순히 먹.. 2025. 12. 7.
A.I. - 사랑을 꿈꾸는 로봇 소년 2001년, 스필버그가 큐브릭의 꿈을 완성하다'A.I.'를 처음 봤을 때 마지막 30분 동안 마음이 많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불이 켜졌을 때 보니, 주변 사람들도 다들 조용히 눈을 훔치고 있었다. 그냥 로봇 영화 보러 왔다가,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은 몰랐다. 분명 SF 영화인데,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철저히 ‘인간’에 대한 것이었다.이 프로젝트는 원래 스탠리 큐브릭이 만들려던 영화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시계태엽 오렌지' 같은 작품들을 만든 그 거장. 하지만 큐브릭이 1999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결과 두 거장의 스타일이 절묘하게 섞인, 좀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가 탄생했다.주인공 데이빗을 연기한 건 헤.. 2025.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