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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리뷰 - 사랑과 우정 사이, 뒤늦은 깨달음 결혼식 초대장 한 장오래된 편지를 보관하던 보관함에서 결혼식 청첩장을 꺼내보았다. 어릴적 교회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축하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문득 옛날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추억에 잠기다가 오래전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My Best Friend's Wedding, 1997)'.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20대 중반이었다. 그때는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줄리안의 행동이 이기적이고 나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다르게 느껴진다. 인간적이고, 복잡하고, 공감이 간다. 나도 나이가 먹었나. 결혼생활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인생을 살다보니 가치관의 변화가 많아졌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 것 같다.줄리아 로버츠, 안티히.. 2025. 11. 24.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리뷰 - 남녀 사이에 진짜 우정은 가능할까? 오래된 질문, 여전히 답이 없는지난주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 나온 이야기였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순수한 우정이 가능할까?" 누군가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술자리는 이 논쟁으로 한참 시끄러웠다.집에와서 아내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내 역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결론은 나지않았다.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니 하나의 답으로 모이지를 못한다.집에 돌아와서 문득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1989)'가 떠올랐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도 똑같다. 그리고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답은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가 계속 사랑받는 게 아닐까.빌리 크리스탈과 멕 라이언, 완벽한 호흡빌리 크리스탈이 연기한 해리 .. 2025. 11. 24.
사랑의 블랙홀 리뷰 - 같은 날을 반복하며 배우는 인생의 의미 월요일이 반복된다면월요일 아침, 알람을 끄고 일어나는 순간 문득 생각했다. "만약 오늘이 계속 반복된다면?" 출근 준비를 하고, 같은 길을 운전하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피곤하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같은 날이 끝없이 반복된다면 조금 끔찍하지 않을까? 아니 월요일이 아니고 주말이었다면 조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오랜만에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 떠올랐다. 30년도 더 된 영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단순히 시간 루프를 다룬 SF 코미디가 아니라, 인생과 사랑, 그리고 성장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빌 머레이, 완벽한 캐스팅'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가 연기한 필 코너스는 오만하고 냉소적인.. 2025. 11. 24.
러브 액츄얼리 리뷰 -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생각나는, 사랑의 모든 형태 12월이 되면 찾게 되는 영화11월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다. 곧 12월이겠지. 사무실에 크리스마스 장식과 겨울용 간식이 준비되어있더라.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둘 세워지고, 상점마다 캐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이 영화는 이제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명사가 됐다.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가 2003년 겨울이었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그저 여러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만 봤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다시 볼 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20대에는 콜린의 엉뚱한 미국 여행이 재밌었고, 30대에는 줄리엣과 마크의 짝사랑이 애틋했고, 40대가 된 지금은 해리.. 2025. 11. 24.
노팅힐 리뷰 - 평범한 남자와 슈퍼스타의 사랑, 불가능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비 오는 저녁, 우연히 다시 본 영화어제 저녁 퇴근길,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문득 '노팅힐(Notting Hill, 1999)'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비를 맞으며 걷던 장면 때문이었을까. 집에 도착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아이가 잠든 후 아내와 함께 소파에 앉아 이 영화를 다시 틀었다.20년도 넘게 지난 영화지만, 첫 장면부터 미소가 지어졌다. 노팅힐의 거리 풍경, 작은 서점, 그리고 평범한 일상.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의 세계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런던의 소박한 동네. 이 대비가 이 영화의 매력이다.휴 그랜트, 영국 신사의 정점'노팅힐'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윌리엄은 아마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완벽한 캐릭터일 것이다.. 2025. 11. 24.
유브 갓 메일 리뷰 - 이메일로 시작된 사랑, 90년대 인터넷 시대의 낭만 다시 켜본 낡은 노트북과 AOL 소리주말 오후, 집 서재 구석에서 오래된 노트북을 발견했다. 먼지를 털어내고 켜보니 작동은 안 됐지만, 문득 90년대 후반 PC통신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둔탁한 비프음의 메세지 알람 소리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시절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PC통신 동아리를 하면서 또래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자부하지만 '하이텔'을 사용하던 그 시절을 우리 또래의 중년들은 누구나 그 네트워크에 연결되던 비프음을 잊을 수 없을것이다.그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오랜만에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1998)'을 다시 찾아봤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벌써 25년도 더 전 일이다. 당시엔 그저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의 달콤한 로맨스로만 봤는데, 지금 다시 보니 전혀 다른 감상이 밀.. 202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