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벤치에서 시작된 이야기
'포레스트 검프'를 처음 본 건 대학 신입생 때였다. 한창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고, 입시 시기를 겨우 넘겨 이제 좀 일탈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에 푹 빠져 있던 때였고, 게다가 '톰 행크스'를 정말 좋아해서, 극장에 개봉하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봤다.
영화는 코미디 같은데 사실은 드라마였고, 역사 영화 같은데 알고 보면 러브스토리였고, 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것 같다가 결국엔 모든 사람의 이야기였다.
연출은 로버트 저메키스. '백 투 더 퓨처'를 만든 그 감독이다. 이번에는 타임머신 대신 한 남자의 인생을 타고 시대를 여행한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포레스트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주연은 톰 행크스.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IQ 75인 순수한 남자를 연기하면서도 캐릭터를 우스꽝스럽게 소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중과 존엄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이 역할로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그것도 2년 연속 수상이었다.
영화는 벤치에서 시작한다. 포레스트가 버스를 기다리는 낯선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늘에서 깃털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날아오다가 그의 발밑에 내려앉는다. 그 깃털처럼 포레스트의 인생도 바람 부는 대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사랑이 있었다.
"나는 멍청하지 않아요"
포레스트는 앨라배마의 작은 마을, 그린보우에서 태어난다. IQ는 75.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보다 낮다. 학교에서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샐리 필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교육감을 집으로 불러 집요하게 설득해서, 아들을 특별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내게 만든다.
첫 등교 날, 포레스트는 스쿨버스에 오른다. 아이들은 그를 힐끔거리더니 옆자리에 앉지 못하게 한다.
"여기 앉지 마."
"여긴 이미 자리 있어."
포레스트는 뒤로, 더 뒤로 밀려난다. 맨 뒷자리에 한 소녀가 앉아 있다.
"여긴 앉아도 돼."
그 소녀의 이름이 제니다. 포레스트의 평생 사랑을 이렇게 만나게 된다.
제니와 포레스트는 금세 친구가 된다. 함께 학교에 다니고, 함께 놀고, 함께 자란다. 제니는 늘 포레스트 편을 든다. 아이들이 포레스트를 괴롭히면 대신 나서서 막아준다. 그리고 외친다.
"도망쳐, 포레스트!"
포레스트는 뛴다. 다리에 보조기를 한 채 엉거주춤 뛰지만, 그래도 도망친다.
어느 날 동네 불량배들이 자전거를 타고 포레스트를 쫓아온다. 돌을 던지고 욕을 한다. 제니가 다시 외친다.
"뛰어, 포레스트, 뛰어!"
포레스트가 있는 힘껏 달린다. 다리 보조기가 산산조각 나면서 무너져 내린다. 다리가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진짜로 달리기 시작한다. 자전거보다 빠르게, 바람처럼 뛰었다.
그날 이후 포레스트는 타고난 달리기 천재로 인정받는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팀에서 활약하고, 그 속도 덕분에 대학 장학금까지 받는다. 앨라배마 대학교에 입학해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 포레스트가 떠오른다. 성적이 전부인 우리나라에서 성적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하지만 입시를 가르쳐야하는 학원선생에게 무슨 힘이 있을까. 그저 아이들을 이해하고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응원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만 포레스트처럼 한 가지만 유난히 잘해도 충분할 수 있다고, 그리고 순수한 마음만 있어도 더 많은 걸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뭐든지 다 잘해야 한다고,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과 새우잡이배
대학을 졸업한 포레스트는 바로 군대에 간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다. 훈련소에서 버바라는 흑인 청년을 만난다. 그는 새우 이야기만 한다.
"새우 튀김, 새우 구이, 새우 볶음, 새우 샐러드..."
버바의 꿈은 새우잡이배를 갖는 것이다. 살아 돌아오면 새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포레스트에게 계속 말한다.
둘은 친구가 된다. 버바가 제안한다. "전쟁 끝나면 나랑 같이 새우잡이 하자." 포레스트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그래, 같이 하자."
둘은 베트남에 파병된다. 부대 지휘관은 댄 중위(게리 시니스). 전형적인 카리스마 군인이다. 정글과 논 사이를 누비는 전쟁은 생각보다 훨씬 무섭고 혼란스럽다. 비가 며칠씩 그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어느 날 매복 공격을 받는다. 주변이 순식간에 불과 연기, 비명으로 뒤덮인다. 포레스트가 반사적으로 뛴다. 그리고 뒤늦게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다시 뛰어 들어가 한 명씩 업어온다. 계속. 또 계속.
마지막으로 버바를 찾으러 정글 깊숙이 들어간다. 버바는 이미 여러 군데를 크게 다친 상태로 쓰러져 있다. 포레스트는 버바를 업고 전장을 빠져나오지만, 결국 버바는 포레스트 품에서 마지막 말을 남긴다.
"포레스트, 집에 가고 싶어."
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댄 중위도 다리를 잃는다. 포레스트가 데리고 나온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댄 중위는 오히려 포레스트를 원망한다. "날 왜 구했어? 전장에서 영웅답게 죽을 수 있었는데!" 하지만 포레스트는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를 구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믿는 사람이라서.
포레스트는 전장에서의 용감한 행동으로 명예훈장을 받는다. 백악관으로 불려가 대통령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받는다. 그때 대통령은 린든 B. 존슨. 포레스트가 말한다. "엉덩이에 총 맞았는데, 생각보다 안 아팠어요." 대통령이 웃으면서 "그거 좀 볼 수 있겠나?" 하자, 포레스트는 진짜로 바지를 내려버린다. 역사적인 순간들이 이렇게 엉뚱하게 그려진다.
제니, 그리고 엇갈린 길
군 생활을 마친 포레스트는 버바와의 약속을 떠올리고 새우잡이배를 산다. 배 이름은 당연히 '제니'. 항구에 배를 대고 출항을 준비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새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다른 어부들이 비웃는다.
그때 댄 중위가 찾아온다. 두 다리를 잃은 채 의족을 하고 있다. 여전히 분노와 냉소로 가득 차 있지만, 포레스트와 함께 배를 몰기로 한다. 둘이 바다로 나가지만, 여전히 새우는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허리케인이 몰려온다. 모든 배들이 항구로 도망친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바다에 남는다. 폭풍 속에서 배가 뒤집힐 듯 요동치고, 댄 중위는 돛대 위에 매달려 하늘을 향해 욕을 퍼붓는다.
"신이시여! 이게 최선입니까!"
그 장면은 분노, 도전, 체념이 뒤섞여 있는 기묘한 기도 같다.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 남은 것은 폐허다. 항구에 있던 배들은 죄다 파손되거나 침몰했다. 딱 한 척만 멀쩡하다. '제니'호. 이제 경쟁자가 없다. 새우는 미친 듯이 잡힌다. 포레스트와 댄 중위는 하루아침에 새우 부자가 된다.
하지만 포레스트 마음속에는 여전히 제니가 있다. 제니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히피 문화에 물들고, 마약에 손을 대고, 폭력적인 남자들을 전전한다. 가끔 포레스트를 찾아와 잠시 머물다 다시 사라진다. 포레스트는 올 때마다 기뻐하고, 떠날 때마다 무너진다.
어느 날 밤, 제니가 포레스트 집에 온다. 둘은 함께 조용한 밤을 보낸다. 제니가 포레스트의 침대에서 잠이 든다. 포레스트는 마치 꿈을 꾼 사람처럼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제니는 언제나 그랬듯 흔적만 남기고 떠난다. 짧은 편지 하나만을 남기고. 포레스트는 또다시 혼자가 된다.
"왜 제니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까?"
그 답은 끝내 명확히 주어지지 않는다.
엄마가 말해준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단다. 뭐가 들었는지, 열어봐야 알지."
엄마에게도 시간이 다가온다. 암 진단을 받는다. 포레스트는 엄마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병상에 누운 엄마가 말한다.
"난 내 할 일을 다 했어. 이제 넌 네 인생을 살아야지."
그리고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달리기, 그리고 깨달음
포레스트는 달리기 시작한다. 슬퍼서, 무너져서, 그냥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집 앞 길을 따라 뛰다가, 마을을 벗어나고, 주를 건너고, 결국 미국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오가는 사람으로 변한다.
앨라배마를 떠나 미시시피를 지나고, 록키산맥을 넘고, 태평양을 보고 다시 돌아와 대서양을 본다. 그렇게 3년 동안, 그저 계속 달린다. 수염은 허리까지 자라고, 머리는 장발이 된다. 이상한 복장에 슬로건을 외치며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생긴다.
"당신은 왜 달리는 거죠?"
사람들은 철학적인 이유를 기대하지만, 포레스트는 그냥 묵묵히 뛴다.
그러다 어느 날, 사막 한 가운데서 갑자기 멈춘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선뜻 멈추지 못하고 서서 그를 바라본다. 포레스트가 말한다.
"피곤하네. 이제 집에 가야겠어."
달리기는 이렇게 끝난다. 이유는 없다. 그저 그만 달리고 싶어서 멈췄을 뿐이다.
이 장면이 좋았다. 사람은 자꾸 의미를 찾는다. 왜 사는지, 왜 일하는지, 왜 공부하는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하지만 가끔은 이유 없이 해도 된다. 그저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것, 숨 쉬고 싶어서 숨 쉬는 것. 포레스트는 그걸 몸으로 보여준다.
제니의 편지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온 포레스트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인은 제니.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다. 포레스트는 주저하지 않는다. 가방을 챙기고, 제니가 있는 사바나로 향한다.
제니는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포레스트를 반갑게 안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아이를 소개한다.
"포레스트, 이 아이가..."
작은 남자아이 하나가 서 있다. 포레스트 주니어. 포레스트와 제니의 아들이다.
포레스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내… 내 아들이야?" 제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날 밤에…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포레스트는 아이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똑똑해?"
제니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주 똑똑해."
제니는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는다. 정체를 정확히 모르는 병에 걸렸다고. 의사들도 이름을 딱 잘라 말해주지 않았다고.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영화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HIV/AIDS를 암시한다.
포레스트는 제니에게 청혼한다. 제니는 처음엔 거절한다.
"난 네 아내가 될 자격이 없어."
그때 포레스트가 말한다.
"난 똑똑하진 않지만, 사랑이 뭔지는 알아."
제니는 결국 그 말을 받아들인다.
둘은 포레스트의 집, 그린보우의 오래된 집 앞 잔디밭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큰 나무 아래에서. 마을 사람 몇몇과 아들, 그리고 댄 중위가 참석한다. 새 의족을 달고, 약혼녀와 함께 나타난 댄 중위가 말한다.
"포레스트, 고맙다. 날 구해줘서. 덕분에 다시 한 번 인생을 살고 있어."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길지 않다. 제니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된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아지고, 결국 어느 아침 조용히 숨을 거둔다. 포레스트는 제니의 무덤 앞에서 혼잣말처럼 말한다.
"제니, 난 네가 왜 그랬는지 잘 몰라. 사랑이 뭔지 다 이해하지도 못해. 그래도 난 평생 널 사랑했어."
아들과의 새로운 시작
이제 포레스트는 혼자 아들을 키운다. 어느 날,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아침. 포레스트는 어린 포레스트 주니어를 손잡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간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버스가 도착한다. 예전과 똑같은 노란 스쿨버스, 비슷한 버스 운전사. 포레스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아이들이 얘를 받아줄까?"
아들이 버스에 오른다. 한 여자아이가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한다. "여기 앉아도 돼." 아들이 앉는다. 버스가 떠난다. 포레스트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리고 다시 깃털이 등장한다. 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가, 어디론가 떠나간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과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벤치 위에서 포레스트의 긴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각자 목적지로 떠난다. 누군가는 그의 이야기에 감동했고, 누군가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중요할까? 포레스트는 그저 자기 인생을, 자기 방식으로 들려줬을 뿐이다.
역사 속의 포레스트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포레스트가 미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마다 이상하게 껴 있다는 설정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특유의 골반 춤을 ‘가르쳐주고’, 케네디, 존슨, 닉슨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다. 존 레논과 함께 TV 쇼에 출연해 'Imagine'의 가사를 연상시키는 농담을 주고받고, 워터게이트 사건의 발단을 ‘우연히’ 제공하기도 한다.
이 장면들은 특수효과로 만든 합성이었는데, 1994년 기준으로 꽤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진짜로 포레스트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역사 자체가 아니다. 그 속에 놓인 포레스트의 태도다. 그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자기 앞에 놓인 일을 한다. 친구를 구하고, 약속을 지키고, 사랑하려 애쓰고, 시키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한다. 그 단순함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내가 미국사람이 아니라도 영화 장면에 조금씩 나오는 이런 장면들이 재미있었는데 이 역사를 살아왔던 미국인들에게는 영화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 미국의 근 현대사가 담겨 있었다.
톰 행크스의 연기
톰 행크스는 이 영화에서 정말 놀라운 균형을 보여준다. IQ 75를 연기하면서도 캐릭터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하지 않는다. 포레스트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행크스는 그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준다.
목소리 톤, 말투, 걸음걸이, 눈빛. 모든 게 포레스트 그 자체다. 그렇다고 과장된 연기도 아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표현하고, 많은 걸 침묵과 표정으로 남겨둔다. 그래서 우리가 포레스트를 단순히 ‘특이한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로빈 라이트(당시 로빈 라이트 펜)가 연기한 제니는 정말 복잡한 인물이다. 포레스트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도망치는 여자.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누군가의 사랑도 온전히 받을 수 없는 여자. 라이트는 그 불안과 상처를 눈빛과 말투로 잘 표현해낸다.
게리 시니스가 연기한 댄 중위도 잊기 힘든 캐릭터다. 전쟁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장애를 가진 퇴역 군인으로 추락하고, 분노와 절망 속에 살다가, 결국 포레스트와 새우잡이 사업을 하며 다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 변화의 과정이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앨런 실베스트리의 음악
음악도 이 영화에서 큰 몫을 한다. 앨런 실베스트리가 작곡한 메인 피아노 테마는 단순하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말랑해진다. 포레스트의 순수함과 영화 전체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멜로디다.
시대별 팝송들을 활용한 것도 훌륭했다. 엘비스의 'Hound Dog',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 같은 곡들이 각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어온다. 음악이 나오면 그 시대 사람들의 공기와 기분까지 같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사운드트랙 앨범도 따로 발매됐는데,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지금 들어도 좋다. 음악만 들어도 영화 속 장면들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우리 안의 포레스트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때 그때 이야기하고 싶다. 똑똑한 게 전부가 아니라고. 포레스트처럼 순수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남을 사랑하고, 약속을 지키고, 최선을 다하는 게 진짜 똑똑한 거라고.
사실 우리 모두에게 포레스트가 있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 하고 싶은 마음.
세상은 복잡하다고 한다.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이 계산해야 하고,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은 포레스트처럼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뛰고 싶으면 뛰고,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하고.
마치며
'포레스트 검프'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명작으로 남아 있다. 웃기다가 울리고, 다시 웃게 만들었다가 결국 또 울리는 영화. 미국 현대사를 훑어가면서도 끝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로 돌아오는 영화. 장애를 다루지만, 장애에 갇히지 않는 영화.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상대 후보가 '쇼생크 탈출', '펄프 픽션' 같은 괴물들이었는데도 결국 상을 가져갔다. 모두 명작이지만, 그해 관객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흔든 건 아마도 '포레스트 검프'였을 것이다.
지금도 케이블 TV에서 자주 방송해준다. 틀면 어김없이 보게 된다. 제니가 죽는 장면, 포레스트가 무덤 앞에서 제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 아들을 학교에 보내며 버스를 바라보는 장면. 몇 번을 봐도 그때마다 울컥한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다. 뭐가 들었는지, 열어봐야 안다." 포레스트 엄마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불안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인생이 더 흥미롭고 아름답다.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이 멍청한 거다." 엄마의 또 다른 말. IQ가 낮다고 멍청한 게 아니다. 나쁜 선택을 하고, 남을 해치고,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진짜 멍청한 사람이다. 포레스트는 평생 바보 같아 보이는 선택을 했지만, 알고 보면 가장 현명한 선택만 골라 했다.
달려라, 포레스트.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이유로 함께 달리면 될 것 같다.
영화 정보
- 제목: Forrest Gump (포레스트 검프)
- 개봉: 1994년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원작: 윈스턴 그룸의 소설
- 출연: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게리 시니스, 샐리 필드
- 음악: 앨런 실베스트리
- 장르: 드라마, 코미디, 로맨스
- 러닝타임: 142분
- 평점: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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