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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 희망은 좋은 것, 어쩌면 가장 좋은 것

by 아침햇살 101 2025. 12. 4.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

1994년, 개봉 당시엔 몰랐던 명작

'쇼생크 탈출'을 처음 본 건 제대하고 복학한 이후 대학생 때였다. TV에서 명절 연휴때 방영한것을 봤다. 그리고 너무 재미 있게 봤는지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후에 비디오를 빌려서 몇번 더 본거 같다. 그 당시 나는 그냥 멍하니 앉아서 화면이 꺼진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1994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같은 해에 '포레스트 검프', '펄프 픽션', '라이온 킹' 같은 괴물들이 줄줄이 나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상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비디오 대여점과 케이블 TV를 타고 입소문이 퍼졌고, 결국 지금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 '리타 헤이워스와 쇼생크 탈출'을 각색했다. 감옥이 배경이라서 흔히 ‘탈옥 영화’로 분류되지만, 사실 탈옥 자체는 후반에 잠깐일 뿐이다. 이건 희망에 대한 영화이고, 우정에 대한 영화이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영화다.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을 맡았는데, 둘의 케미스트리가 정말 완벽하다. 특히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냥 그의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억울한 은행원 앤디 듀프레인

1947년, 젊은 은행원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법정에 선다.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증거가 명확하다. 그날 밤 앤디가 총을 들고 집 근처에서 서성였다. 총알 자국은 현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앤디는 계속 부인한다. "전 안 했습니다. 술에 취해서 차에 앉아 있다가 그냥 돌아왔어요." 배심원단은 믿지 않는다. 판사는 냉정하게 선고를 내린다. "두 건의 1급 살인. 종신형, 가석방 없음."

앤디는 메인 주에서 악명 높은 쇼생크 교도소로 이송된다. 버스에서 신입 재소자들이 내려올 때, 기존 수감자들은 창살 너머에서 그들을 구경한다. 누가 먼저 울지 내기를 한다. "쟤가 첫날 밤에 울겠다." 레드(모건 프리먼)는 앤디를 보며 말한다. "저 놈은 안 울어."

레드는 쇼생크의 ‘조달책’이다. 돈만 주면 밖에서 웬만한 건 다 구해온다. 담배, 술, 포스터, 특이한 물건까지. 그도 살인죄로 복역 중이고,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첫날 밤, 간수들이 신입들을 끌고 다니며 겁을 준다. "규칙을 따르면 편하게 살 수 있어. 어기면? 나한테 걸리는 거야." 바이런 해들리(클랜시 브라운)라는 교도관이다.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그날 밤 한 재소자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가, 간수에게 폭행을 당해 죽는다. 레드는 그가 울 거라고 내기에 걸었다. 하지만 앤디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돌 깎는 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앤디가 레드를 찾아와 부탁을 한다. "작은 돌망치를 구해줄 수 있어?" 레드가 어이없다는 듯 묻는다. "돌망치? 그걸로 뭘 하려고?" 앤디가 말한다. "돌을 깎으려고요. 취미예요. 예전에 암석 표본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

레드가 킥킥 웃는다. "그걸로 탈옥하려면 600년은 걸리겠다." 앤디가 조용히 대답한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앤디는 밤마다 작은 돌망치로 돌을 깎는다. 조금씩 파내고 다듬어서 체스 말을 만든다. 하나하나 정교하게. 쇼생크 안에서 시간이 그렇게 천천히 흐른다.

감옥 생활은 냉혹하다. 보그스와 그 패거리, 이른바 '시스터즈'가 앤디를 노린다. 틈만 나면 구타하고, 여러 차례 성폭행을 시도한다. 앤디는 맞으면서도 어떻게든 저항한다.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작업 중, 앤디는 뜻밖의 기회를 포착한다. 해들리 교도관이 툴툴거리며 불평하고 있다. "형이 죽어서 3만 5천 달러를 상속받았는데, 세금으로 다 뜯어가. 젠장맞을."

앤디가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들리가 버럭 소리 지른다. "뭐라고, 이 자식이?" 앤디가 자세히 설명한다. "증여세 관련 규정을 잘 활용하면 세금을 거의 안 내고도 그 돈을 지킬 수 있어요. 저는 은행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폭행당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해들리가 귀를 기울인다. 앤디는 조건을 건다. "서류 처리는 제가 다 해드릴게요. 대신 제 동료들에게 맥주를 사주세요."

잠시 후 옥상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재소자들이 땀에 절은 채 맥주를 마신다. 앤디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그냥 난간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본다. 레드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그 짧은 순간, 우리는 자유로웠다. 마치 지붕을 수리하러 나온 일반 노동자들처럼."

도서관과 희망

앤디의 특별함은 점점 교도관들의 눈에도 띄기 시작한다. 세금 문제, 연금, 재테크 상담까지 전담하게 되면서, 교도관들은 줄을 서서 앤디에게 자문을 구한다. 결국 소장 노턴(밥 건튼)의 눈에도 들어간다. 노턴은 앤디를 이용해 자신의 비자금을 세탁하기로 한다. 앤디는 거절할 수 없다. 대신 조건을 단다. "도서관을 제대로 만들고 싶습니다. 책이 더 필요해요."

그는 주 정부에 매주 편지를 쓴다. 예산과 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6년 동안 꾸준히 보낸다. 처음에는 아무 답도 없다. 서류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상자 가득 책과 음반, 그리고 소액의 예산이 도착한다. 편지 하나도 덧붙어 있다. "당신의 끈기에 졌습니다. 제발 이제 편지 좀 그만 보내주십시오."

앤디는 교도소 안에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든다. 책장을 세우고, 카탈로그를 만들고, 재소자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시킨다. 교도소 한쪽에 작은 ‘세상의 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날 정리하다가 모차르트의 음반을 발견한다. '피가로의 결혼' 중 이중창. 앤디는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확성기 스위치를 켠다. 교도소 전체에 음악이 울려 퍼진다.

작업 중이던 재소자들이 하나둘 손을 멈춘다.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음악을 듣는다. 철조망과 콘크리트 천장 사이로, 설명하기 힘든 자유의 기운이 잠깐 스며든다. 앤디도, 레드도, 이름 모를 재소자들도 그 순간만큼은 감옥 안에 갇힌 죄수가 아니라, 그저 음악을 듣는 사람일 뿐이다.

소장은 분노에 차서 방송실 문을 두드린다. "당장 꺼!" 앤디는 잠시 더 음악을 틀어둔 채 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체포된다. 결과는 독방 2주.

독방에서 나온 뒤 레드가 묻는다. "독방은 어땠어?" 앤디가 말한다. "별로 힘들지 않았어. 모차르트가 있었거든. 여기." 머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여기." 가슴을 가리킨다. "음악은 빼앗을 수 없어. 희망도 마찬가지야."

레드는 고개를 젓는다. "희망? 여기선 위험한 거야. 희망은 사람 미치게 만든다고." 그러자 앤디가 조용히 대답한다. "희망은 좋은 거야. 어쩌면 가장 좋은 거야. 좋은 건 절대 죽지 않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 앤디가 떠오른다. 아이들 중에는 이미 마음속에서 포기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어차피 안 될 거예요." "해봤자 소용없어요." 그럴 때마다 앤디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희망은 좋은 거라고. 끝까지 붙들어야 한다고.

진실과 배신

어느 날 새로운 재소자 토미가 들어온다. 전형적인 날라리 청년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나름 귀가 큰 인물이다. 그는 예전에 다른 교도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앤디 듀프레인이라는 사람 얘기 들어봤어요? 그 사람, 여기 있는 게 말이 안 돼요. 진짜 범인을 알아요."

앤디는 처음으로 진지한 희망을 품는다.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결백을 법정에서 다시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유에 한 발 가까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소장은 이를 단칼에 자른다. 앤디가 나가면 자기 비자금을 관리할 사람이 없다. 소장은 토미를 은밀히 불러내고, 해들리가 장벽 위에서 토미를 향해 총을 쏜다. "탈옥을 시도하다 사살"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앤디는 무너진다. 소장에게 항의하지만, 소장은 오히려 협박한다. "너 없으면 이 돈은 누가 관리하지? 너 나가면, 넌 다시 일반 감방으로 돌아갈 거야. 보그스 같은 놈들이 있는 곳으로."

앤디는 다시 독방에 한 달이나 갇힌다. 나왔을 때, 어딘가 달라져 있다. 표정은 잔잔한데 눈빛이 묘하게 멀어져 있다. 레드가 걱정스레 묻는다. "괜찮냐?" 그때 앤디가 뜬금없이 말한다. "시우아타네호."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작은 해변 마을의 이름이다. "거기 가면 작은 호텔을 하나 사서 손보고, 보트 빌려주는 일을 할 거야. 너도 나가게 되면 거기 와."

레드는 겁이 난다. "그런 꿈은 그만 꿔. 여기서 그런 생각하면 안 돼. 나갈 생각하지 마." 앤디가 조용히 말한다. "바쁘게 살거나, 바쁘게 죽거나. 둘 중 하나야."

다음 날 아침, 앤디가 사라진다. 침대에는 인형 같은 인형도, 쪽지도 없다. 간수들이 난리가 난다. 소장이 달려와 앤디의 방을 뒤진다. 벽에 걸린 라켈 웰치 포스터를 화가 나서 찢어버린 순간, 뒤쪽에서 구멍이 드러난다. 그 안에는 어두운 터널이 입을 벌리고 있다.

19년의 인내

레드의 나레이션이 그동안의 진실을 보여준다. 앤디는 19년 동안 매일 밤, 그 돌망치 하나로 벽을 파왔다. 파낸 돌가루는 바지에 넣고 운동장 산책을 하면서 조금씩 흘렸다. 처음에는 리타 헤이워스, 그다음엔 마릴린 먼로, 마지막에는 라켈 웰치 포스터로 그 구멍을 가렸다.

레드가 농담처럼 말했던 "600년짜리 탈옥"을 앤디는 19년 만에 끝냈다.

터널 끝에는 하수관이 있었다. 앤디는 좁고 더러운 관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악취와 똥물로 가득 찬 파이프 안을 500미터나 기어가야 했다. 상상만 해도 역겹다. 하지만 앤디는 기어간다. 자유를 향해, 단 한 번뿐인 길을 향해.

마침내 밖으로 나온다. 그날 밤, 폭우가 쏟아진다. 앤디가 하늘을 보며 두 팔을 벌린다. 빗물이 몸에 쏟아진다. 감옥에서 씻겨지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쓸려나가는 느낌.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그날 앤디 듀프레인은 탈옥했다. 더럽고 추한 감옥에서, 깨끗한 비 속으로."

탈출 후 앤디는 바로 은행으로 향한다. 소장의 비자금이 잠들어 있는 계좌들이다. 자신이 만들어둔 가짜 신분, "랜들 스티븐스"라는 이름으로 창구를 돌며 돈을 몽땅 인출한다. 동시에, 소장의 비리와 자금 세탁 정황을 정리한 서류를 신문사와 검찰에 보낸다.

아침에 소장은 신문 1면을 보고 얼어붙는다. 모든 게 들통났다. 경찰이 교도소로 들이닥친다. 그는 성경을 꺼내들었다가, 그 안에서 권총을 꺼내 스스로 입에 겨눈다. 성경 속에 숨겨둔 총으로 자살하는 위선자의 마지막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해들리도 체포된다. 쇼생크의 시대가 끝나간다.

지후아타네호에서

레드는 다시 가석방 심사를 받는다. 40년째. 심사관이 늘 하던 질문을 던진다. "갱생됐다고 생각하나?" 레드가 대답한다. "갱생?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젠 잘 모르겠네요. 그냥 후회할 뿐입니다. 매일매일 과거의 나에게 가서 제대로 좀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그 젊은이는 벌써 사라졌고, 이 늙은이만 남았죠."

이번에는 가석방이 승인된다. 레드는 쇼생크를 떠난다. 브룩스가 그러했듯, 50년 만에 바깥 세상으로 돌아왔다.

바깥은 너무 빠르게 변해 있다. 자동차는 더 빨라졌고, 사람들은 더 바쁘게 움직인다. 레드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담는 일을 한다. "비닐 봉투 드릴까요, 종이봉투 드릴까요?" 하지만 그 일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브룩스처럼 똑같은 선택을 할까 고민한다.

그때 문득 앤디의 말을 떠올린다. "헤이필드 들판에 있는 오래된 떡갈나무를 기억해. 그 밑 돌담을 잘 찾아봐." 레드는 용기를 내어 그곳으로 간다. 돌담 사이에 숨겨둔 작은 깡통 하나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돈과 편지가 들어 있다. "지후아타네호에서 보자."

레드는 마지막 결심을 한다. 가석방 조건을 어기고,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향한다. 국경을 넘고, 더 남쪽으로 내려간다.

마침내 지후아타네호의 해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멀리 작은 배 한 척. 그 위에서 누군가 보트를 손질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앤디다. 둘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다가가 포옹한다.

마지막으로 레드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앤디가 꿈꾸던 곳을 찾았기를 바란다. 태평양이 꿈속에서처럼 푸르기를. 친구를 다시 만나기를. 오래된 친구와 악수하기를. 희망한다."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여운은 한참 동안 끝나지 않는다.

희망에 대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감옥과 탈옥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끝까지 희망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앤디는 19년 동안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매일 밤, 바깥을 향해 작은 구멍을 조금씩 넓혀갔다. 언젠가는 나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해내왔다.

레드는 희망을 경계했다. "희망은 여기선 위험한 거야. 사람 잡아." 실제로 감옥 안에서, 터무니없는 희망은 사람을 더 잔인하게 무너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앤디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 어떻게 삶을 지탱해주는지 결과로 보여주었다.

우리도 각자의 ‘쇼생크’ 안에서 산다. 회사, 학교, 관계, 경제적 상황.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벽들이 앞을 막는다. 그래도 앤디처럼 매일 조금씩 파낼 수는 있다. 벽이 두꺼워서 19년이 걸리면 어떤가. 중요한 건 오늘도, 아주 조금이라도 파고 있는지다.

이 영화는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같이 보려고 한다. 꼭 보여주고 싶다. 아직은 초등학생이지만 우니라나 입시지옥같은 환경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지금은 감옥 이야기, 중년 남자 이야기쯤으로밖에 안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이 가끔은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걸. 그런데도 희망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세상의 거대한 벽 앞에서 희망을 버리는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근성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게 아빠의 마음같다.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

이 영화의 반은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가 만든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따뜻하고, 지혜롭고, 묘하게 슬픈 목소리. 그의 나레이션은 마치 늙은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걸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해 많은 걸 배운 느낌이다.

팀 로빈스도 완벽하다. 앤디의 침착함, 날카로운 지성, 내면의 강인함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크게 감정을 폭발시키진 않지만,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모든 게 전달된다. 그래서 더 설득력 있다.

밥 건튼이 연기한 소장 노턴은 정말 소름 돋는 악역이다. 겉으로는 경건한 기독교인 행세를 하지만, 속으로는 부패와 위선으로 가득한 권력자. 성경책 속에 돈과 총을 숨기는 인간. 클랜시 브라운이 맡은 해들리도 잊기 힘들다. 폭력과 공포 그 자체.

토마스 뉴먼의 음악

토마스 뉴먼의 음악은 이 영화의 정서를 완벽하게 붙잡고 있다. 담백한데도 감정을 건드리는 멜로디. 특히 'Brooks Was Here' 테마는 정말 가슴이 먹먹해진다. 브룩스가 교도소를 나오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목을 매다는 장면에 흐르는 그 곡. 피아노와 현악이 만들어내는 그 서늘한 슬픔은 오래 남는다.

엔딩을 장식하는 음악도 완벽하다. 레드가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고, 해변을 향해 가는 그 여정을 따라가며 음악이 조금씩 밝아진다. 지후아타네호의 푸른 바다와 함께 흘러나오는 희망 어린 멜로디가, 영화를 완전히 다른 톤으로 마무리한다.

마치며

'쇼생크 탈출'은 정말 흠잡기 힘든 영화다. 시나리오, 연출, 연기, 음악, 촬영, 편집까지 어느 하나 대충 만든 구석이 없다. 그래서 개봉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다.

극장에서는 실패했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 인정받았다. 좋은 건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시간이 증명해준다.

"바쁘게 살거나, 바쁘게 죽거나." 앤디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는 매일 그 사이에서 선택한다. 포기하고 죽은 듯이 살 것인가, 아니면 희망을 품고 버티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희망은 좋은 것이다.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은 절대 죽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희망만 있으면 버틸 수 있다. 19년이든, 50년이든.

지후아타네호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멕시코 태평양 연안의 작은 마을. 영화 팬들이 성지순례하듯 찾아간다고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가보고 싶다. 앤디와 레드가 다시 만난 그 상상의 해변을 떠올리면서.

희망을 잃지 말자. 작은 돌망치라도 들고, 오늘 조금씩 벽을 파보자. 언젠가는 우리도 저마다의 지후아타네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태평양처럼 푸른 자유에.


영화 정보

  • 제목: The Shawshank Redemption (쇼생크 탈출)
  • 개봉: 1994년
  •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 원작: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
  • 출연: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밥 건튼, 클랜시 브라운
  • 음악: 토마스 뉴먼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42분
  • 평점: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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