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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 - 휴 그랜트가 만든 영국식 로맨스의 정석 토요일 오후, 홍차와 함께 꺼낸 추억의 영화토요일 오후, 딸아이는 친구들과 놀러 가고 아내는 친정에 다녀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날씨가 쌀쌀해진 11월, 따뜻한 홍차를 한 잔 끓여놓고 소파에 앉았다.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휴 그랜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자, 90년대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이다.이 영화를 처음 본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교양 영어 수업에서 교수님이 영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추천해주신 영화였는데, 그때는 영국식 유머가 낯설어서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그때는 몰랐던 디테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수학 문제를 처음 볼 때.. 2025. 11. 25.
프리티 우먼(Pretty Woman, 1990) -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설레는 현대판 신데렐라 금요일 밤, 추억의 비디오테이프를 떠올리며오늘도 학원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 이차방정식을 가르치면서 "선생님, 이런 거 배워서 어디에 써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리처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를 오페라 하우스로 데려가서 라 트라비아타를 들려주던 장면 말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비비안이 점차 음악에 빠져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왜 그때 떠올랐을까. 아마도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진짜 이해와 감동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수학을 싫어하던 아이가 문제를 풀어내며 보이는 표정과 겹쳐 보였나 보다.집에 도착하니 아내와 딸은 이미 꿈나라로 떠난 뒤였다.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넷플릭스를 켰더니,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추.. 2025. 11. 25.
첫키스만 50번째 리뷰 - 매일 아침 다시 시작하는 사랑 아침마다 리셋되는 삶나이가 먹으니 건망증이 심해졌다.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가끔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때가 있기도하다. 어느날은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일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특히 피곤했던 날은 더 그렇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매일 아침 기억이 완전히 리셋된다면 어떨까? '50 First Dates(첫 키스만 50번째, 2004)'는 바로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다.하와이, 완벽한 배경헨리 로스는 하와이 수족관에서 일하는 수의사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했는데, 그의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상당히 로맨틱한 축에 속한다. 헨리는 바다사자들을 돌보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그는 관광객 여자들과 짧은 만남을 즐긴다. 진지한 관계는 피한다. 어차피 관광객들은 떠나니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던 헨리가 어느 날.. 2025. 11. 24.
제리 맥과이어 리뷰 - "You complete me" 한 문장으로 기억되는 영화 새벽에 쓴 메일, 후회하지 않았던 적 있나요새벽에 일어나 이메일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란 적 있다. 전날 밤 술 취해서 정신없이 보낸 메일이 그대로 있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의 오프닝이 떠오르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새벽 2시, 양심선언문 한 통톰 크루즈의 제리 맥과이어는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큰 회사 SMI에서 일하고, 고액 연봉 선수들을 관리하고, 돈도 많이 벌고, 약혼자도 있다. 겉보기엔 완벽한 삶이다.하지만 어느 날 새벽, 동료의 어린 아들이 뇌진탕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옳은가? 선수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건 아닌가?새벽 2시, 호텔 방에서 그는 미션 .. 2025. 11. 24.
프렌치 키스 리뷰 - 파리에서 찾은 진짜 사랑 공항 가는 길, 떠오른 영화가족여행으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짐을 챙기고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정말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하고 발렛파킹에 차를 맡기고 나니 이제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오랫만에 공항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자니 여러가지 생각이 난다. 짐 카트를 가지고 태워달라는 아이와 함께 공항 구석구석을 달리다 문득 '프렌치 키스(French Kiss, 1995)'가 떠올랐다.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케이트가 약혼자를 찾아 파리로 떠나던 그 장면. 여행을 마지고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봤다.멕 라이언, 또 한 번의 로맨틱 코미디멕 라이언이 연기한 케이트 역시 멕 라이언표 캐릭터의 전형이다. 밝고, 긍정적이고, 조금은 신경질적이다. 그녀에게는 약혼자 찰리가.. 2025. 11. 24.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 리뷰 - 나이 든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사랑 가을 저녁, 어른들의 로맨스주말 저녁, TV를 돌리다가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Something's Gotta Give, 2003)'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본 영화였지만, 그냥 채널을 고정했다. 20년 전에 봤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지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공감하는 지점이 달라지는 것 같다.잭 니콜슨, 늙지 않는 플레이보이잭 니콜슨이 연기한 해리 샌본은 63세의 성공한 음반 프로듀서다. 그는 평생 젊은 여자들하고만 데이트했다. 30대 이상의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에게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장벽이다. 자신은 늙지 않았다고 믿고, 젊은 여자와 함께 있으면 자신도 젊다고 착각한다.영화는 해리와 20대 여자친구 마린(아만다 피트)이 그녀의 어머니 집에 가는.. 202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