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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 리뷰 - 나이 든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사랑

by 아침햇살 101 2025. 11. 24.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

가을 저녁, 어른들의 로맨스

주말 저녁, TV를 돌리다가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Something's Gotta Give, 2003)'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본 영화였지만, 그냥 채널을 고정했다. 20년 전에 봤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지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공감하는 지점이 달라지는 것 같다.

잭 니콜슨, 늙지 않는 플레이보이

잭 니콜슨이 연기한 해리 샌본은 63세의 성공한 음반 프로듀서다. 그는 평생 젊은 여자들하고만 데이트했다. 30대 이상의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에게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장벽이다. 자신은 늙지 않았다고 믿고, 젊은 여자와 함께 있으면 자신도 젊다고 착각한다.

영화는 해리와 20대 여자친구 마린(아만다 피트)이 그녀의 어머니 집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햄프턴의 해변가 저택. 하지만 그곳에 마린의 어머니 에리카(다이앤 키튼)가 있다. 서로 놀라고, 어색해하고, 해리는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병원에서 젊은 의사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이 해리를 치료한다. 그리고 에리카에게 반한다. 해리는 회복하는 동안 에리카의 집에 머물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간다.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했지만, 점차 마음이 끌린다.

잭 니콜슨은 해리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자신만만하지만 불안하고, 젊은 척하지만 늙어가고 있고, 감정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 무너지는 남자. 특히 에리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절절하다. 그의 눈빛에서 두려움과 진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다이앤 키튼, 나이 들어 피어나는 아름다움

다이앤 키튼이 연기한 에리카 배리는 성공한 극작가다. 이혼 후 혼자 살며, 일에 집중하고, 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해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에리카는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였다. 50대 중반의 여자로서 당당하다. 하지만 동시에 로맨스는 자신과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의사 줄리안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때,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당신 어머니 또래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리와의 관계는 다르다. 그들은 또래다. 같은 세대의 경험을 공유한다. 함께 음악을 듣고, 비틀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생에 대해 대화한다. 에리카는 해리에게 끌린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다이앤 키튼은 이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에리카의 모든 면을 보여준다. 강인함과 취약함, 유머와 슬픔, 자신감과 불안. 특히 혼자 우는 장면들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과장되지 않고,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에리카가 터틀넥을 고집하는 것도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목을 가리는 옷. 자신을 보호하는 갑옷.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는 점점 더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다. 문자 그대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자신을 열어가는 과정.

햄프턴의 저택, 완벽한 배경

영화의 주요 배경인 에리카의 햄프턴 저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다. 흰색 인테리어, 넓은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공간. 이곳에서 해리와 에리카의 관계가 발전한다.

두 사람이 함께 요리하는 장면, 와인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 밤에 각자의 방에서 잠 못 이루는 장면. 집의 구조가 두 사람의 관계를 반영한다. 처음에는 각자의 공간에 있다가, 점차 가까워지고, 결국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해변을 걷는 장면들도 아름답다. 가을의 햄프턴은 여름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조용하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 로맨틱하지만 차분하다. 20대의 사랑처럼 격정적이지 않고, 50-60대의 사랑처럼 깊고 조용하다.

키아누 리브스, 진심 어린 젊은 의사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줄리안 메서는 젊고 잘생긴 의사다. 그는 에리카에게 반하고, 진지하게 구애한다. 나이 차이는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진심으로 에리카를 좋아한다.

줄리안은 해리의 대척점이다. 해리는 젊은 여자들만 찾지만 얕은 관계만 맺는다. 반면 줄리안은 나이 든 여자를 사랑하고 깊은 관계를 원한다. 해리는 나이를 거부하지만, 줄리안은 나이를 초월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이 역할에서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진지하고, 다정하고, 유머러스하다. 에리카를 파리로 데려가 프로포즈하는 장면은 정말 낭만적이다. 세느강 옆, 카페 테라스에서, 무릎을 꿇고. 완벽한 남자 같지만, 그것이 오히려 문제다. 너무 완벽해서 에리카는 편안하지 않다.

파리 장면, 선택의 순간

영화의 전환점은 파리에서 일어난다. 줄리안과 함께 파리에 온 에리카. 그들은 완벽한 시간을 보낸다. 센강을 산책하고, 미술관을 가고, 낭만적인 저녁을 먹는다. 줄리안은 프로포즈하고, 에리카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식당에서 에리카는 젊은 여자와 함께있는 해리를 본다. 에리카는 동요했고 급기야 화장실에서 울부짖는다. 줄리안은 좋은 남자고, 자신을 사랑하고, 완벽한 삶을 제공한다. 하지만 에리카의 마음은 여전히 해리에게 있다.

다음 날 줄리안에게 사실을 말한다. "미안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를 더 사랑해요." 줄리안은 상처받지만 이해한다. "사랑은 이성적이지 않죠." 그는 신사답게 물러난다.

에리카는 식당으로 가서 해리와 대면한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젊은 여자와 함께 있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에리카는 환멸을 느끼고 뉴욕으로 돌아간다.

울음 장면, 그리고 글쓰기

뉴욕으로 돌아온 에리카는 울고 또 운다. 혼자 집에서, 침대에서, 소파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다양한 자세로, 계속 운다. 이 장면이 코미디처럼 연출되지만, 동시에 진짜 슬픔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는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경험을 희곡으로. 글쓰기는 그녀에게 치유 과정이다.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타자를 치는 소리, 종이가 쌓이는 모습, 점차 회복되는 표정.

몇 달 후 그녀의 새 연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다. 제목은 'A Woman to Love'.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다. 에리카는 극장에서 관객의 반응을 지켜본다. 사람들이 웃고, 울고, 공감한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걸 깨닫는다.

해리의 변화, 진짜 사랑의 깨달음

해리도 변한다. 에리카를 잃고 나서야 자신이 진짜로 사랑했다는 걸 깨닫는다. 젊은 여자들과의 관계는 공허했다. 에리카와의 관계만이 진짜였다.

그는 심장마비로 다시 병원에 간다. 이번에는 줄리안이 아닌 다른 의사가 치료한다. 해리는 묻는다.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랑할 수 있죠?" 의사는 대답한다. "마음을 여는 거죠. 그리고 상처받을 준비를 하는 거고요."

해리는 에리카의 연극을 보러 간다.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장되고, 희화화되었지만, 본질은 진실이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깨닫는다.

공연 후 에리카를 찾아간다. 하지만 줄리안이 그녀와 함께 있다. 해리는 떠나려 한다. 그러나 에리카가 그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진실된 대화를 나눈다. 자존심도, 방어기제도 없이.

1년 후, 파리에서의 재회

영화는 1년 후 파리에서 끝난다. 에리카의 생일. 그녀는 혼자 카페에 앉아 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때 해리가 나타난다. 우연이 아니다. 그는 그녀의 생일을 기억하고 찾아왔다. 에리카는 놀라면서도 기뻐한다. 그들은 함께 걷는다. 센강을 따라, 파리의 거리를.

대화는 자연스럽다. 지난 1년 동안의 일들, 각자의 변화. 해리는 더 이상 젊은 여자를 찾지 않는다. 에리카는 더 이상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성장했다.

카페에 앉아 샴페인을 마신다. "우리에게"라고 건배한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시 시작하는 건지, 아니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는 건지. 영화는 열린 결말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면, 해리와 에리카가 함께 웃으며 걷는 모습. 행복해 보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가능하고,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메시지.

나이 듦에 대한 영화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은 나이 듦에 대한 영화다. 늙어간다는 것,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

해리의 심장마비는 상징적이다. 나이를 부정하던 그가 신체적으로 늙었다는 현실과 마주한다. 더 이상 20대처럼 살 수 없다. 그는 선택해야 한다. 계속 부정할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이고 적응할 것인가.

에리카의 고민도 비슷하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였지만, 로맨스는 포기했다. 젊은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또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두렵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가능하다. 아니, 어쩌면 나이가 들었기에 더 깊은 사랑이 가능하다. 젊을 때의 격정적인 사랑과는 다른, 성숙하고 깊이 있는 사랑.

넨시 마이어스의 감성

감독 넨시 마이어스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 외에도 '인턴', '홀리데이', '뭔가 특별한 것' 등. 그녀의 영화는 세련되고, 따뜻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

특히 인테리어와 음식에 대한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에리카의 집, 요리하는 장면, 테이블 세팅.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실제처럼 느껴진다. 관객은 그 공간에 함께 있고 싶어진다.

넨시 마이어스는 또한 여성 캐릭터를 존중한다. 에리카는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녀는 성공했고, 독립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사랑은 보너스지 필수가 아니다. 이런 묘사가 영화를 더 현대적이고 공감 가게 만든다.

음악, 감정을 더하는 재즈

영화의 음악은 대부분 재즈다. 특히 해리 코닉 주니어의 곡들이 많이 사용된다. 'Something's Gotta Give'라는 제목 자체가 조니 머서의 유명한 재즈 스탠다드에서 왔다.

재즈는 영화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성숙하고, 세련되고, 감성적이다. 젊은이들의 음악이 아니라 어른들의 음악이고 해리와 에리카의 세대가 즐기는 음악이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듣는 장면들이 좋다. 말없이 와인을 마시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서로를 바라본다. 음악이 그들 사이의 긴장과 끌림을 표현한다.

마치며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을 다시 보면서 생각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50대, 60대에도 사랑은 가능하고, 설레고, 아름답다.

영화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가능성을 열어둔다. 해리와 에리카가 함께할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갈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함께한 시간이 의미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연기는 완벽하다. 두 베테랑 배우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젊은 배우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그들의 주름, 머뭇거림, 불안함이 모두 캐릭터의 일부가 된다.

만약 중년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를 찾는다면,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을 강력히 추천한다. 웃기고,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20대의 사랑과는 다른, 하지만 그만큼 강렬한 50-60대의 사랑 이야기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그리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영화 정보

  • 제목: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것들 (Something's Gotta Give)
  • 개봉: 2003년
  • 감독: 넨시 마이어스
  • 출연: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키아누 리브스, 아만다 피트
  • 장르: 로맨틱 코미디
  • 러닝타임: 128분
  • 평점: ★★★★★ (5/5)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중년의 로맨스에 관심 있는 분
  •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연기를 보고 싶은 분
  • 세련된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영상을 좋아하는 분
  •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영화를 원하는 분
  •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