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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키스 리뷰 - 파리에서 찾은 진짜 사랑

by 아침햇살 101 2025. 11. 24.

프렌치 키스
프렌치 키스

공항 가는 길, 떠오른 영화

가족여행으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짐을 챙기고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정말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하고 발렛파킹에 차를 맡기고 나니 이제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오랫만에 공항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자니 여러가지 생각이 난다. 짐 카트를 가지고 태워달라는 아이와 함께 공항 구석구석을 달리다 문득 '프렌치 키스(French Kiss, 1995)'가 떠올랐다.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케이트가 약혼자를 찾아 파리로 떠나던 그 장면. 여행을 마지고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봤다.

멕 라이언, 또 한 번의 로맨틱 코미디

멕 라이언이 연기한 케이트 역시 멕 라이언표 캐릭터의 전형이다. 밝고, 긍정적이고, 조금은 신경질적이다. 그녀에게는 약혼자 찰리가 있고, 캐나다로 신혼여행 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파리? 절대 가고 싶지 않다. 비행기가 무섭기도 하고, 집 떠나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찰리가 출장으로 파리에 갔다가 프랑스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케이트는 패닉에 빠진다. 그녀는 결심한다. 파리로 가서 찰리를 되찾아오겠다고. 비행기가 무서워도,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그녀는 결심을 했다.

비행기 안에서 케이트는 뤽(케빈 클라인)을 만난다. 프랑스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좀도둑이고 사기꾼이다. 그는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서 밀수한 목걸이를 케이트의 가방에 몰래 숨긴다. 그리고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멕 라이언은 이 영화에서도 그녀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불안해하면서도 용감하고, 실수투성이지만 사랑스럽다. 특히 파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장면, 프랑스어로 주문하려다 실패하는 장면들이 공감된다. 해외여행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상황들이다.

케빈 클라인, 프랑스 사기꾼의 매력

케빈 클라인이 연기한 뤽 테시에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처럼 보인다. 도둑질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케이트를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점차 그의 다른 면이 드러난다. 사실 그는 포도밭을 되찾으려는 꿈이 있고, 가족을 사랑하고, 상처받은 과거가 있다.

케빈 클라인은 프랑스 억양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실제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는 배우다. 그의 연기 덕분에 겉으로는 건방지고 냉소적이지만, 속으로는 따뜻하고 외로운 남자 뤽이라는 캐릭터가 설득력을 갖는다.

뤽과 케이트의 관계는 천천히 발전한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다. 뤽은 밀수품을 찾기 위해 케이트를 따라다니고, 케이트는 파리에서 길 안내자가 필요하니까 뤽을 이용한다. 하지만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기차 안에서 와인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좋다. 뤽이 케이트에게 프랑스 치즈와 와인에 대해 설명한다. 케이트는 처음엔 관심 없어 하지만, 점차 흥미를 느낀다. 음식과 문화를 통해 서로의 세계를 나누는 순간이다.

파리, 가장 로맨틱한 도시

'프렌치 키스'는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파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아냈다. 에펠탑, 몽마르트르, 센강, 노트르담 대성당. 관광 안내 책자에 나올 법한 장소들이 등장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칸에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남부 프랑스의 햇살, 라벤더 밭, 작은 마을의 분위기. 뤽의 가족이 운영하던 포도밭도 나온다. 파리의 도시적인 아름다움과는 다른,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파리에 가고 싶어진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베이커리에서 크루아상을 사고, 센강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 1990년대 중반의 파리지만, 지금 봐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뤽이 케이트를 데리고 파리 곳곳을 안내하는 장면들에서, 그가 진짜 파리지앵임을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이 가는 곳이 아니라 현지인이 가는 곳들. 작은 와인바, 치즈 가게, 숨겨진 골목길. 이런 디테일이 영화를 더 진짜처럼 만든다.

유당불내증, 코미디 소재가 된 설정

케이트는 유당불내증이 있다는 설정이다. 우유나 유제품을 먹으면 배가 아프다. 프랑스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치즈의 나라, 버터와 크림을 넣은 요리의 나라에서 유제품을 못 먹는다니 영화 설정이지만 너무 안타깝다.

이 설정이 영화 내내 코미디 요소로 활용된다. 뤽이 케이트에게 치즈를 권하고, 케이트는 거절하고, 뤽은 "치즈 없이 어떻게 사느냐"며 한탄한다. 문화의 차이가 유머로 승화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케이트는 조금씩 프랑스 음식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겁내던 것들을 하나씩 도전한다. 이것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넓히고,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영화 마지막에 케이트가 치즈를 먹으며 미소 짓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녀는 이제 예전의 케이트가 아니다. 파리에서, 뤽과의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됐다.

찰리와 줄리엣, 완벽해 보이는 커플

케이트의 약혼자 찰리(티모시 허튼)와 그가 사랑에 빠진 프랑스 여자 줄리엣(수잔 애넌버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이다. 둘 다 잘생기고 우아하고 세련됐다. 줄리엣은 프랑스식 시크함을 완벽하게 체현한다.

케이트가 파리에 도착해서 찰리를 만났을 때, 그는 변했다. 더 자신감 있고, 더 여유롭고, 더 행복해 보인다. 줄리엣과 함께 있는 그는 케이트가 알던 찰리가 아니다. 케이트는 혼란스럽다. 자신이 되찾으려 했던 게 정말 이 사람이었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케이트는 깨닫는다. 찰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저 익숙했을 뿐이라는 것을 편안했지만 설레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반면 뤽은 불편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함께 있으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는 재미있는 대비를 보여준다. 찰리와 줄리엣은 겉으로 완벽하지만 속은 얕다. 뤽과 케이트는 겉으로 엉망이지만 속은 진실하다. 어떤 관계가 진짜 사랑일까?

목걸이, 사라지고 찾는 과정

뤽이 밀수한 목걸이는 영화의 중요한 플롯 장치다. 그가 케이트의 가방에 숨겨놓은 이 목걸이 때문에 두 사람은 계속 얽히게 된다. 목걸이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소동이 벌어진다.

하지만 목걸이는 단순히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뤽에게는 가족의 포도밭을 되찾을 수 있는 돈이고, 케이트에게는 뤽과의 연결고리다. 목걸이가 사라졌을 때, 두 사람의 관계도 흔들린다.

결국 목걸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뤽은 선택해야 한다. 목걸이를 팔아서 포도밭을 살 것인가, 아니면 케이트를 선택할 것인가. 물질과 사랑 사이의 선택이고 영화에서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뤽의 결정은 명확하다. 그는 케이트를 선택한다. 목걸이보다, 포도밭보다, 케이트가 더 중요하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뤽이 평생 꿈꿔온 것을 오직 사랑을 위해서 포기하기 때문이다.

공항 장면,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

영화는 공항 장면으로 끝난다.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적인 클리셰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다. 케이트는 미국으로 돌아가려 하고, 뤽은 그녀를 찾아 공항으로 달려온다.

공항에서 뤽이 케이트를 찾아 헤매는 장면은 긴박하다. 시간이 촉박하고, 사람들이 많고,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관객은 두 사람이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결국 두 사람은 만난다. 뤽이 케이트를 발견하고, 케이트는 돌아선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공항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키스한다. 어찌보면 정말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의 엔딩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결말이 진부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리셰가 클리셰가 된 이유가 있다. 효과적이고, 감동적이고, 관객이 원하는 것을 주기 때문이다. '프렌치 키스'는 이 공식을 완벽하게 실행한다.

1990년대 중반의 감성

'프렌치 키스'는 1990년대 중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다. 당시 멕 라이언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었고, 가볍고, 재밌고, 기분 좋게 만드는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극장가를 지배했다. .

지금 보면 어떤 부분들은 낡아 보인다. 패션, 헤어스타일, 전화 부스에서 전화 거는 장면. 하지만 이런 것들이 오히려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 여행이 지금보다 훨씬 더 모험이었던 시절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짜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이 영화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케이트는 비행기 타는 것도 무서워하고, 집 떠나는 것도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파리로의 여행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더 용감하고, 더 개방적이고, 더 살아있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음식과 와인, 프랑스 문화

영화 내내 음식과 와인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치즈, 와인, 빵, 그리고 식사 예절같이 뤽이 케이트에게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방법이 바로 음식이다.

뤽이 설명하는 프랑스 와인과 치즈의 세계는 매력적이다. 그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음식은 그에게 문화이자 정체성이다. 프랑스인으로서의 자부심이랄까.

케이트가 처음으로 프랑스 음식을 진심으로 즐기는 장면이 전환점이다. 뤽의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아, 홈메이드 요리를 먹으며, 와인을 마신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마음은 통한다. 음식이 그들을 연결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프랑스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바게트, 치즈, 레드 와인. 간단하지만 완벽한 조합. 프랑스인들이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마치며

'프렌치 키스'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플롯은 예측 가능하고, 어떤 장면들은 과장됐고, 결말은 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즐겁다.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멕 라이언과 케빈 클라인의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살린다. 두 배우 모두 자신의 역할에 완전히 몰입했고, 그들의 관계가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서로 싫어하다가 점차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경쾌한 음악, 유쾌한 대사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기분 좋은 영화 경험을 만든다. 머리를 쓸 필요 없이 그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가끔은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 복잡한 플롯이나 깊은 메시지 없이, 그냥 달콤하고 재미있는 러브 스토리.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파리로 떠나는 기분. '프렌치 키스'가 바로 그런 영화다.

만약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찾는다면, 혹은 파리에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소파에 앉아 와인 한 잔과 치즈 한 조각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Welcome to France."


영화 정보

  • 제목: 프렌치 키스 (French Kiss)
  • 개봉: 1995년
  • 감독: 로렌스 카스단
  • 출연: 멕 라이언, 케빈 클라인, 티모시 허튼, 장 르노
  • 장르: 로맨틱 코미디
  • 러닝타임: 111분
  • 평점: ★★★★☆ (4/5)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멕 라이언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
  • 파리와 프랑스 문화에 관심 있는 분
  • 가볍고 재미있는 영화를 원하는 분
  • 여행을 주제로 한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
  • 90년대 감성의 로맨틱 코미디를 그리워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