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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6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 2002) - 산드라 블록과 휴 그랜트의 완벽한 케미스트리 뉴욕, 그리고 예측 가능하지만 편안한 로맨스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인데, 최근에 이직을 했다고 한다. "새 회사는 어때?"라고 묻자 한숨부터 나왔다. 상사가 너무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퇴근 후에도 수시로 전화하고, 사소한 것까지 다 물어본다고. "그만큼 너를 신뢰해서 그런거잖아. 좋게 생각해"라고 말하며 위로해 줬다. 친구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혹시 '투 윅스 노티스' 봤어? 네 상황이랑 똑같은데?"어떤 영화는 첫 10분만 봐도 결말을 알 수 있다. '투 윅스 노티스'가 그런 영화다. 워커홀릭 변호사와 철없는 재벌 2세의 만남,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뻔하다면 뻔한 설정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2025. 11. 25.
엽기적인 그녀 - 한국 로맨틱 코미디가 세계에 던진 신선한 충격 2001년 여름, 그 영화가 만든 현상20년이 넘은 영화를 다시 꺼내 보는 일은 때로 위험하다.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유효할지, 혹시 추억 보정은 아니었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다르다. 2001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이 영화는 지금 봐도 여전히 신선하고, 여전히 웃기고, 여전히 아프다.전지현과 차태현. 이 두 이름만으로도 그 시절이 떠오른다. 인터넷 소설이 영화가 되고, 그 영화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던 시대. "너 죽을래?"라는 대사 하나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그 여름의 기억이다.지하철 플랫폼에서 시작된 운명적 만남견우(차태현)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어느 날 밤 지하철역에서 취한 여자(전지현)를 만난다. 플랫폼 끝에서 비틀거리는 그녀를 구하고, 토하는 그녀를 돌보고, 모.. 2025. 11. 25.
사브리나(Sabrina, 1995) - 90년대가 다시 그린 오드리 헵번의 꿈 일요일 아침, 우연히 발견한 리메이크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는데, TV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La Vie En Rose'였다. 화면을 보니 줄리아 오몬드가 파리의 어느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아, '사브리나'구나. 1995년작 리메이크 버전. 오드리 헵번의 1954년 원작을 봤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두 영화 사이에는 41년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사브리나가 꿈꾸는 사랑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해리슨 포드와 그렉 키니어가 험프리 보가트와 윌리엄 홀든의 역할을 어떻게 재해석했을까. 시드니 폴락 감독은 이 고전적인 이야기를 90년대의 감성으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커피 한 잔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운전사의 딸이 품은 불가능한 사랑사브리나 페어팔드(줄리아 오몬드)는 라.. 2025. 11. 25.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 - 휴 그랜트가 만든 영국식 로맨스의 정석 토요일 오후, 홍차와 함께 꺼낸 추억의 영화토요일 오후, 딸아이는 친구들과 놀러 가고 아내는 친정에 다녀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날씨가 쌀쌀해진 11월, 따뜻한 홍차를 한 잔 끓여놓고 소파에 앉았다.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휴 그랜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자, 90년대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이다.이 영화를 처음 본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교양 영어 수업에서 교수님이 영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추천해주신 영화였는데, 그때는 영국식 유머가 낯설어서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그때는 몰랐던 디테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수학 문제를 처음 볼 때.. 2025. 11. 25.
프리티 우먼(Pretty Woman, 1990) -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설레는 현대판 신데렐라 금요일 밤, 추억의 비디오테이프를 떠올리며오늘도 학원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 이차방정식을 가르치면서 "선생님, 이런 거 배워서 어디에 써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리처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를 오페라 하우스로 데려가서 라 트라비아타를 들려주던 장면 말이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비비안이 점차 음악에 빠져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왜 그때 떠올랐을까. 아마도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진짜 이해와 감동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수학을 싫어하던 아이가 문제를 풀어내며 보이는 표정과 겹쳐 보였나 보다.집에 도착하니 아내와 딸은 이미 꿈나라로 떠난 뒤였다. 거실 소파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넷플릭스를 켰더니,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추.. 2025. 11. 25.
첫키스만 50번째 리뷰 - 매일 아침 다시 시작하는 사랑 아침마다 리셋되는 삶나이가 먹으니 건망증이 심해졌다.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가끔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때가 있기도하다. 어느날은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일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특히 피곤했던 날은 더 그렇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매일 아침 기억이 완전히 리셋된다면 어떨까? '50 First Dates(첫 키스만 50번째, 2004)'는 바로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다.하와이, 완벽한 배경헨리 로스는 하와이 수족관에서 일하는 수의사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했는데, 그의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상당히 로맨틱한 축에 속한다. 헨리는 바다사자들을 돌보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그는 관광객 여자들과 짧은 만남을 즐긴다. 진지한 관계는 피한다. 어차피 관광객들은 떠나니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던 헨리가 어느 날.. 202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