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과학과 감성이 만나다
‘콘택트’를 처음 본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천문학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추천해 준 영화였다. SF 영화라고 해서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걸 기대하고 봤는데, 완전히 달랐다. 외계인이 나오지만 전쟁이 없고, 우주선이 등장하지만 폭발 장면도 거의 없다. 대신 과학자가 주인공이고, 과장된 상상이 아니라 실제 과학에 발을 딛고 있는 이야기였다.
감독은 로버트 저메키스. ‘백 투 더 퓨처’, ‘포레스트 검프’를 만든 바로 그 감독이다. 원작은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 칼 세이건은 실제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로, 그의 책 ‘코스모스’는 지금도 과학 교양서의 고전으로 꼽힌다.
조디 포스터는 천재 천문학자 엘리 애로웨이를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다. 차갑고 합리적인 과학자의 얼굴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얼굴, 외로움을 꿋꿋이 견디는 한 인간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그럼에도 앞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 모든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어린 엘리와 아버지
영화는 어린 시절 엘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작은 방에서 무전기를 붙잡고 있다.
“CQ, CQ, 이쪽은 W9GFO. 응답 바랍니다.”
엉성한 목소리로 전파를 날려 보낸다. 아마추어 무선 통신이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심지어 우루과이까지,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연결되는 경험에 엘리는 완전히 빠져든다.
옆에서 아버지가 따뜻한 눈빛으로 딸을 지켜보고 있다. 둘의 관계는 화면만 봐도 느껴질 만큼 다정하다. 아버지가 묻는다.
“얼마나 멀리까지 닿을 수 있을까?”
엘리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아주 멀리요. 우주까지도요.”
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그럼 계속해보자. 네가 원하는 만큼.”
하지만 어느 날 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다. 심장마비다. 엘리는 약을 찾으러 2층으로 뛰어 올라가지만 이미 늦었다. 엘리는 스스로를 탓한다. ‘약을 1층에 두었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까?’라는 후회가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그날 이후, 엘리는 더 멀리 있는 누군가를 향해 전파를 보낸다. 어쩌면 우주 어딘가에서라도, 아버지와 다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SETI 프로젝트
시간이 흘러 엘리는 천문학자가 된다. 그녀가 몸담은 곳은 SETI 프로젝트.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연구다.
엘리는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우주 곳곳에서 오는 신호를 관측한다. 목표는 단 하나, 지적 존재가 보낸 신호를 찾는 것. 그러나 수년 동안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시간 낭비”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정부에서는 예산을 끊어버린다.
그래도 엘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억만장자 해든(존 허트)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이어 간다.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밤마다 헤드폰을 끼고 신호를 듣는다. 들리는 것은 끝없는 잡음뿐이다. 쉬익… 쉬익… 하는 소리만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전혀 다른 패턴의 신호가 잡힌다. 규칙적인 펄스, 일정한 간격. 자연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신호다. 엘리가 분석해 본 결과, 그 출처는 베가. 지구에서 약 26광년 떨어진 별이다.
소수의 메시지
신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수열이 반복되고 있다.
2, 3, 5, 7, 11, 13…
소수는 모든 수학의 기초가 되는 패턴이다. 우연히 만들어지기 어렵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보낸 메시지라는 뜻이다.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다. 뉴스는 연일 이 신호를 다루고, 언론은 엘리를 ‘외계인과 최초로 접촉한 사람’으로 추켜세운다. 엘리는 말한다.
“우리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신호를 더 분석하자, 소수열 뒤에 영상 정보가 숨어 있는 것이 드러난다. 재생해 보니 화면에 히틀러가 등장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장면이다. 왜 하필 히틀러일까? 엘리가 설명한다.
“이게 지구에서 우주로 송출된 최초의 TV 방송이었어요. 우리가 우주에 보낸 첫 인사인 셈이죠. 외계인이 이걸 받아 되돌려 보내온 거예요.”
그리고 영상 안에는 또 다른 데이터가 숨어 있다. 거대한 설계도다. 정교한 도면들, 수많은 층위의 정보. 해석해 보니 ‘어떤 기계’를 만드는 설계도임이 분명하지만,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처음에는 알 수 없다.
해든이 비밀리에 추가 정보를 전해 준다. 자신이 고용한 과학자들이 해독한 내용이다. 이 설계도는 사람 하나를 태울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방법이다. 목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구나 ‘어딘가로 가기 위한 운송 수단’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누가 갈 것인가
각국 정부는 협력해 설계도에 따라 기계를 만들기로 한다. 일본 훗카이도에 건설이 시작된다. 세 개의 거대한 링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구조물. 그 중앙에 캡슐이 매달린 형태다. 탑승자는 그 캡슐에 들어가게 된다.
이제 다음 질문은 ‘누가 탈 것인가’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지원하고, 당연히 엘리도 손을 든다. 이건 평생을 바친 연구의 결실이자,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 그 자체다. 그러나 선발 과정은 과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종교 고문 팔머 조스(매튜 매코너히)가 선발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는 엘리에게 묻는다.
“신을 믿습니까?”
엘리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아니요. 증거가 없으니까요.”
팔머는 고개를 젓는다.
“인류의 대부분은 신을 믿습니다. 그들을 대표할 사람이 신을 믿지 않는다면, 그게 적절한가요?”
결국 선택된 사람은 엘리가 아니라 드러먼드 박사. 국가안보 고문 출신의 ‘안전한’ 인물이다. 엘리는 좌절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결과를 받아들인다.
테러와 희생
첫 번째 기계가 완성되고,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발사 순간을 지켜본다. 드러먼드 박사가 캡슐에 올라타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0, 9, 8…
그때 갑자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기계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고, 구조물은 무너져 내린다. 드러먼드 박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범인은 종교 극단주의자.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인 충격 속에 중단 위기에 놓인다. 정치인들은 “여기서 접자”고 말한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그때 다시 해든이 등장한다. 그는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는다. 일본에 만든 기계는 첫 번째가 아니었다. 훗카이도 바다 아래, 똑같은 기계가 비밀리에 하나 더 만들어져 있었다. ‘보험용’이었다.
해든은 엘리를 부른다.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는 말한다.
“당신이 가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누구보다 믿고,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은 당신이니까요.”
별을 향한 여행
엘리는 두 번째 기계의 캡슐에 탑승한다. 안전벨트를 매고, 헤드셋을 쓰고, 손에는 아버지가 남겨 준 나침반을 꼭 쥔다.
기계가 가동되면서 세 개의 링이 본격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구조물 전체가 요란하게 진동한다. 캡슐도 흔들리며 엘리를 압박한다. 엄청난 소음이 귀를 울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캡슐은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웜홀을 통과하고 있다. 시공간이 비틀어지고, 빛의 터널이 끝없이 이어진다.
창밖을 본 엘리는 숨을 멎을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수많은 별, 성운, 은하가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인간의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다.
누군가 우주가 저렇게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베가의 해변에서 만난 아버지
여행의 끝에서 캡슐이 도착한 곳은 의외의 풍경이다. 해변이다. 모래사장, 파도, 야자수가 펼쳐진 장면은 얼핏 지구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별빛과 성운이 가득하다.
그때 저쪽에서 누군가 걸어온다. 남자의 실루엣. 가까이 다가오자 엘리는 숨을 멈춘다. 아버지다.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던 바로 그 모습이다.
“아빠…?”
엘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자, 그 남자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네가 편안해할 만한 모습을 고른 거란다.”
그는 엘리의 아버지가 아니라, 외계 지성체다. 엘리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모습을 ‘조정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해변을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외계인은 말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어. 수많은 문명을 지켜봤지. 인류는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거야.”
엘리가 묻는다.
“왜 우리에게 연락한 거죠? 뭘 바라는 건가요?”
외계인은 조용히 답한다.
“우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저 너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이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이 있고, 너희도 그중 하나라는 것을.”
엘리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묻는다.
“이걸 증명할 수 있는 걸 가져갈 수는 없나요? 사람들이 안 믿을 거예요.”
외계인은 약간 슬픈 표정으로 말한다.
“미안하지만, 첫걸음은 늘 믿음으로 내딛는 거란다. 네 아버지도 그렇게 말했겠지.”
돌아온 후
엘리가 눈을 뜨자 다시 캡슐 안이다. 구조물이 멈춰 서 있고, 구조대가 달려와 캡슐을 연다. 엘리는 숨 가쁘게 말한다.
“갔다 왔어요. 정말… 18시간 동안…”
하지만 관제팀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박사님, 캡슐은 떨어지기만 했어요. 1초도 안 걸렸습니다.”
녹화 영상을 재생해 보니, 캡슐은 그대로 링 사이를 통과해 안전망 위로 떨어졌을 뿐이다. 영상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청문회가 열린다. 엘리는 자신이 본 것들을 설명한다. 웜홀, 우주의 풍경, 해변, 외계인. 하지만 손에 쥔 증거는 하나도 없다. 사진도 없고, 시료도 없고, 주변 사람을 설득할 만한 데이터도 없다.
조사관이 묻는다.
“혹시 환각을 본 건 아닐까요? 장비 문제였을 수도 있고요.”
엘리는 단호하게 답한다.
“아니에요. 제가 본 건 진짜입니다. 확실해요.”
정부는 결국 ‘기술적인 오류로 인한 환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식적으로는 프로젝트 실패로 마무리한다. 엘리는 사실상 ‘본인만 믿는 경험’을 세상에 설명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믿음에 대하여
엘리는 팔머를 찾아가 마음을 털어놓는다.
“당신이 옳았던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증명할 수 없는 걸 믿게 됐으니까요. 분명히 다녀왔는데,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신을 믿는 사람들의 기분이 이럴까요?”
팔머는 조용히 위로한다.
“증거가 없다고 해서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경험한 건 당신에게는 진실이니까요.”
엘리는 다시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 믿잖아요.”
팔머는 웃으며 말한다.
“지금은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언젠가는 달라질 거예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은 반전이 나온다. 정부 조사관들이 비밀리에 엘리의 캡슐 기록을 다시 검토한다. 비디오 테이프에는 화면상 아무것도 찍혀 있지 않지만, 녹화 시간은 18시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무언가’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진실은 단지 몇몇 사람들의 파일 속에만 남는다.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콘택트’가 특별한 이유는 과학과 신앙을 동시에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많은 SF 영화가 과학을 강조하며 종교를 조롱하거나 배제하는 데 비해, 이 영화는 둘의 긴장을 그대로 꺼내 놓는다.
엘리는 철저한 과학자다. 증거가 없는 것은 믿지 않는다. 신을 믿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나를 믿어 달라”고 사람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팔머는 종교인이다. 믿음을 중시하지만, 과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어떻게’를 설명하고, 신앙은 ‘왜’를 설명합니다.”
칼 세이건이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과학과 종교를 서로를 공격하는 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같은 우주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 진리를 향한 서로 다른 두 경로일 수 있다는 것.
아버지와 딸
하지만 이 영화의 심장은 결국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다. 엘리가 평생 우주를 향해 안테나를 돌린 이유에도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를 갑작스레 잃어버린 소녀의 상실감, 언젠가 다시 교신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외계인이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엘리가 가장 만나고 싶어했던 존재, 가장 큰 질문이 남아 있던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엘리가 평생 찾던 답은 우주 저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도 있었다.
언젠가 우리 딸이 조금 더 크면 함께 보고 싶은 영화다. 아직은 조금 이르다고 느껴진다. 천문학에 대한 기본 이해도 필요하고, 과학과 신앙을 둘 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나이쯤은 되어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고등학생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넌 엘리처럼 우주에 나가보고 싶어?”
딸아이가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하다. 괜히 “아빠랑 같이 가보고 싶어요” 같은 말을 하면, 아마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조디 포스터의 연기
조디 포스터는 이 역할을 위해 실제 천문학 자료를 찾아보고, 현직 과학자들을 만나며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보여주는 과학자의 모습이 어색한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연구실에서 볼 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우주를 처음 눈으로 보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특히 압권이다.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그 짧은 감탄에 그동안의 외로움, 집착, 갈망이 한꺼번에 묻어난다. 실제로 그 장면은 상당 부분 즉흥 연기에 가깝게 찍었다고 한다.
매튜 매코너히도 인상 깊다.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종교인이지만 독선적이지 않고,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1997년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특수효과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웜홀, 우주 공간, 해변의 하늘 등 시각효과가 과장되기보다는 ‘진짜일 것 같은 우주’를 보여주려 한 느낌이다. 칼 세이건이 과학 자문을 맡아 가능한 한 실제 우주 물리학에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역시 실제 시설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SETI 연구에도 사용됐던 진짜 전파망원경이다. 베가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별이다.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로, 지구에서 약 25~26광년 떨어져 있다. 영화 속 설정이 괜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 우주 지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마치며
‘콘택트’는 조용한 영화다. 화려한 폭발도, 숨막히는 전투 장면도 없다. 대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만약 혼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고,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SF 영화지만, 동시에 깊은 인간 드라마다. 과학 영화지만, 감성의 영화이기도 하다. 대중적 블록버스터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작품이다.
칼 세이건은 이 영화가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1996년에 세상을 떠났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짧게 이렇게 적혀 있다.
“For Carl.”
그 문구를 처음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수많은 별들 중 어딘가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우리의 신호를 듣고 있을까?
언젠가 우리도 엘리처럼, 아주 먼 곳에서 온 답장을 받게 될까?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 낭비겠죠.”
엘리가 했던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맞다.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 있을 리가 없다.
언젠가 누군가 답을 줄 거라 믿기에,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신호를 보낸다.
영화 정보
- 제목: Contact (콘택트)
- 개봉: 1997년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원작: 칼 세이건
-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매코너히, 제임스 우즈, 존 허트, 톰 스커릿
- 장르: SF, 드라마
- 러닝타임: 150분
- 평점: ★★★★★ (5/5)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지적인 SF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천문학과 우주에 관심 있는 분
- 조디 포스터의 팬
-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원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