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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 공룡이 살아 숨쉬던 그 여름

by 아침햇살 101 2025. 12. 1.

쥬라기 공원
쥬라기 공원

1993년, 영화관을 뒤흔든 공룡들

'쥬라기 공원'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나는 공룡에 미쳐있을 나이는 지났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것이다 어린 남자 아이에게 공룡이 어떤위치인지와 그 시기의 추억을 어른 남자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는것을. 티라노사우루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극장 전체가 동시에 숨을 멈췄다. 물컵 속 물결이 미세하게 떨리고,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거대한 공룡이 모습을 드러낸다. 너무 진짜 같아서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저거 진짜야? 로봇이야?"라고 물었다. 실제로는 반은 로봇, 반은 컴퓨터 그래픽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에게 그냥 ‘진짜 공룡’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이 영화는 영화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작품이다. 본격적으로 CG 기술의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준 첫 영화였으니까. 그 전에도 컴퓨터 그래픽은 존재했지만, ‘쥬라기 공원’처럼 사실적인 질감과 감정까지 함께 전달해준 경우는 없었다. ILM의 엔지니어들이 밤낮없이 CG 공룡을 만들었고, 스탠 윈스턴 팀이 만들어낸 애니매트로닉스 공룡들은 실제 현장에서 살아 움직였다. 두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하면서, 화면 속 공룡들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명작이 되진 않는다. ‘쥬라기 공원’이 특별한 이유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동시에 ‘경이로움’과 ‘공포’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처음 공룡이 등장할 때 우리는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곧 깨닫게 된다. 저 거대한 존재들에게 우리는 그냥 먹잇감일 뿐이라는 사실을. 경외심이 공포로 뒤바뀌는 그 순간, 영화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다.

학원에서 과학을 가르치다 보니 영화의 내용이 전혀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에서 동물을 복제하고 있는게 사실 현실에서 뉴스기사로 접하고 있기때문에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영화의 과학적 배경은 일반사람들도 영화가 설득력을 갖게 되기도 했다.
호박 속 모기에서 DNA를 뽑아내는 것은 이론적으로 상상은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천만 년이 지나면서 DNA가 이미 크게 손상됐고, 완전한 유전자를 복원하기 어렵다고.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상상력이 현실이된다. 공룡은 그런 존재니까.

"Welcome to Jurassic Park"

영화에서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처음 보는 장면이다.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박사(샘 닐)와 엘리 새틀러 박사(로라 던)가 지프에서 내린다. 존 윌리엄스의 웅장한 음악이 깔린다. 그리고 저 멀리, 거대한 공룡이 나무 위로 목을 뻗는다. 그랜트가 말도 못 하고 서 있다가, 손으로 새틀러의 머리를 돌려 그 장면을 보여준다. 둘 다 말을 잃고 그저 바라본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 장면이 완벽한 이유는 관객의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평생 화석과 뼛조각만 만지며 살아온 고생물학자가 처음으로 살아 있는 공룡을 본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책과 다큐멘터리, 박물관에서만 보던 존재가 눈앞에서 숨 쉬고 움직이고 있었다. 스필버그는 이 순간을 서둘러 지나가지 않는다. 충분히 보여준다. 우리가 놀라고, 믿게 될 때까지 시간을 준다.

섬의 주인 존 해먼드(리차드 애튼버러)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Welcome to Jurassic Park."
그의 꿈이 눈앞에서 실현됐다. 유전공학으로 멸종된 생명을 되살렸고, 그 공룡들을 전시하는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팔고, 동시에 막대한 돈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완벽한 계획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학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블럼)은 단호하게 경고한다.
"자연은 길을 찾아낸다(Life finds a way)."
모든 공룡을 암컷으로만 만들어 번식을 막았다? 소용없다고 말한다. 자연과 진화는 인간이 그은 선을 그대로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해먼드는 자신의 기술과 시스템을 믿지만, 말콤은 그 오만함을 지적한다.

시스템 다운, 악몽의 시작

IT 관리자 데니스 네드리(웨인 나이트)는 돈에 눈이 멀어 경쟁사에 공룡 배아를 몰래 빼돌리려 한다. 그 계획을 위해 그는 보안 시스템을 일부러 꺼버린다. 전기 울타리가 내려가고, 공룡들을 가두고 있던 안전장치들이 줄줄이 멈춘다.

하필 그때 거센 폭풍우까지 몰려온다. 그랜트 박사와 새틀러 박사, 해먼드의 손자 팀과 손녀 렉스는 자동 주행 차량을 타고 공원을 둘러보는 중이다. 차가 갑자기 멈추고, 안내 화면이 꺼진다. 전원이 나간 것이다. 바로 앞은 티라노사우루스 우리.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공포’다. 창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는다. 어디선가 둔탁한 진동이 느껴지고, 차 안의 물컵에 동심원이 번진다. 발자국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아이들이 불안해서 손전등을 켠다. 그게 오히려 문제를 키운다. 이윽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울타리를 부수고 모습을 드러낸다. 입을 벌려 차 지붕을 물어뜯고, 작은 철제 상자를 장난감처럼 흔든다.

이 장면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졌는지 나중에서야 알았다. 실제 크기의 티라노사우루스 머리를 유압 장치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서 촬영했다고 한다. 비를 뿌렸더니 로봇 피부가 물을 먹고 무게가 달라져서, 원래 계획보다 더 거칠게 떨렸다고 한다. 그 우연한 오작동 덕분에 오히려 더 ‘살아있는’ 생물처럼 보이게 됐다.

아이들이 지르는 비명도 상당 부분 진짜 반응에 가까웠다고 한다. 스필버그가 일부러 미리 디테일을 다 알려주지 않고 촬영해서, 공룡 머리가 갑자기 들이닥칠 때의 놀람이 그대로 담겼다. 그래서 관객에게도 그 공포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랩터의 공포

티라노사우루스가 크고 위협적인 존재라면, 진짜 ‘무서운’ 건 벨로시랩터다. 더 작고, 더 빠르고, 더 영리하다. 무리로 다니며 사냥하고, 심지어 문 손잡이까지 여는 장면은 지금 봐도 소름이 돋는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역시 주방 시퀀스다. 팀과 렉스가 주방으로 숨어들어간다. 스테인리스 싱크대와 냉장고, 반짝이는 금속 표면들이 늘어선 공간으로 랩터 두 마리가 천천히 들어온다. 바닥을 긁는 발톱 소리, 스테인리스에 비친 랩터의 실루엣,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쫓는 모습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찬장 사이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인다. 그 와중에 렉스가 국자를 떨어뜨린다.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울리고, 랩터의 머리가 그쪽으로 확 돌아간다. 긴 추격이 시작된다. 주방 기구들 사이를 헤집고 도망치는 아이들과, 그들을 쫓는 랩터의 움직임이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관객도 의자를 꽉 잡고 보게 되는 장면이다.

우리 딸이 얼마전에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은 다 봤대."
하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영화는 공상과학이지만 아이에게는 공포영화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정도록 무섭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랩터 장면이 너무 강렬할 것 같아서였다. 
나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면서 보았지만 아무리 공포스러워도 눈은 스크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게 스필버그의 힘이다. 무서운데도, 끝까지 보고 싶게 만든다.

자연은 통제할 수 없다

영화 내내 말콤 박사의 대사가 한 줄 요약처럼 반복된다.
"과학자들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지, 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아."

해먼드는 자연을 테마파크의 상품으로 만들려 했다. 공룡을 ‘볼거리’로 팔려 했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공룡을 암컷으로 만들었으니 번식은 불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결국 알이 발견된다. 알고 보니 개구리 DNA를 섞었는데, 일부 개구리는 환경에 따라 성별을 바꾸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생명은 어떻게든 ‘길을 찾아낸’ 것이다.

영화는 과학기술의 오만함을 경고한다. 우리가 자연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인간이 신의 자리를 넘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다루고 있던 문제의식을 현대 과학기술로 옮겨온 셈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 역시 같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요즘엔 유전자 편집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CRISPR 같은 도구로 DNA를 정밀하게 자르고 붙일 수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 가능한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다. ‘쥬라기 공원’이 던진 질문은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살아남기

결국 주인공들은 살아남는다. 그랜트 박사와 아이들은 간신히 전력을 복구한 새틀러와 합류하고, 이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섬을 떠난다. 창밖으로는 공룡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섬이 보이고, 하늘 위로는 펠리컨 떼가 난다. 인간을 위한 테마파크가 되려던 곳이, 다시 공룡들의 섬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헬리콥터 안에서 그랜트 박사는 아이들을 품에 안는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아이들을 부담스러워했다. 화석은 좋아하지만, 아이의 울음과 장난은 버거워하는 어른이었다. 그러나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그는 완전히 달라진 사람처럼 보인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존 윌리엄스의 테마 음악이 다시 흐른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경이로움’의 테마였지만, 엔딩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을 준다. 자연에 대한 경외,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 앞에서 느끼는 겸손함 같은 것들. 같은 멜로디인데 의미가 달라져 있다.

영화가 남긴 것들

‘쥬라기 공원’은 이후 블록버스터의 기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전 세계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고, 이후 모든 SF·블록버스터 영화들이 CG를 필수 요소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면에서 못 보여줄 건 없다”는 인식이 이 작품을 기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 공원 3’, 그리고 ‘쥬라기 월드’ 시리즈까지 계속해서 후속작이 나왔다. 기술은 더 좋아졌고, 공룡들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첫 번째 영화가 주었던 감동과 충격을 완전히 뛰어넘은 작품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 느끼는 경이로움’은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1993년, 우리 세대가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봤을 때의 충격은 반복할 수 없는 경험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던 그 순간의 놀라움은 기술만으로 다시 만들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결국 메시지에 있다. 자연을 존중하라.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라.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이런 교훈들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다.

마치며

‘쥬라기 공원’을 다시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느끼는 점이 있다. 개봉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특수효과가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것. 스탠 윈스턴 팀이 만든 로봇 공룡들은 지금 봐도 피부의 질감과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당시의 CG 역시 최신 영화들의 과도하게 번쩍이는 그래픽보다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적당한 선’에서 현실과 어우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정말로 ‘공룡을 되살리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관객에게 순수한 경이로움을 선물하고 싶어 했던 마음. 그 진심이 스크린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 기술만으로는 이 감정을 만들 수 없다. 거기에 꿈과 열망이 더해져야 한다.

요즘 우리 딸도 고생물학에 관심을 보인다. 박물관에 가자고 조른다. 공룡 화석을 직접 보고 싶단다. ‘쥬라기 공원’의 영향이 크다. 영화 한 편이 어린아이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내 어릴 적 경험과 딸을 보면서 다시 느낀다.

언젠가 정말 공룡을 복제하는 시대가 올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능하다고 해서, 정말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안 말콤 박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할 수 있다고 해서,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상상하는 것만큼은 자유다. 스크린을 통해 6천5백만 년 전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게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마법이다.

Welcome to Jurassic Park.
이 놀이터는, 언제 다시 찾아가도 반가운 곳이다.


영화 정보

  • 제목: Jurassic Park (쥬라기 공원)
  • 개봉: 1993년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원작: 마이클 크라이튼
  • 출연: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 리차드 애튼버러, 아리아나 리차즈, 조셉 마젤로
  • 음악: 존 윌리엄스
  • 장르: SF, 어드벤처, 스릴러
  • 러닝타임: 127분
  • 평점: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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