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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리뷰: 뉴욕의 거리가 스튜디오가 되는 순간

by 아침햇살 101 2025. 12. 17.

비긴어게인
비긴어게인

영화 기본 정보

2013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음악영화의 거장 존 카니 감독의 작품입니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그리고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출연하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Lost Stars'를 탄생시킨 영화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 'Can a Song Save Your Life?(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였다는 것입니다. 상영 전 제목을 바꿨지만, 오히려 원래 제목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줄거리: 인생의 바닥에서 만난 두 사람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하면서 함께 영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옵니다.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행복했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립니다.

한편, 한때 그래미상까지 받았던 스타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은 연이은 실패와 동료와의 갈등으로 회사에서 해고당한 상태입니다. 가정도, 커리어도 모두 무너진 그가 미치기 일보 직전 들른 작은 뮤직바에서 우연히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됩니다.

녹슬지 않은 프로듀서의 직감으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댄은 음반 제작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뉴욕의 거리 곳곳을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갑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음악영화: 전 세계 흥행 1위의 기록

비긴 어게인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한국에서의 이례적인 흥행입니다. 개봉 당시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대작들에 밀려 상영관 확보도 어려웠고, 박스오피스 8위로 부진한 출발을 했습니다. 개봉 첫 주 상영관 수는 185개에 불과했고, 일일 관람객도 2만 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관람객들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상영관 수는 499개까지 늘어났고, 일일 관람객도 7만에서 10만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최종 관객 수는 전국 348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국제적인 수치입니다. 한국에서 약 2,587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본토인 미국의 1,761만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입니다. 전 세계 수익의 41%를 한국이 차지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나라가 되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왜 이렇게 조용히 개봉했지?' 싶었는데, 결국 좋은 영화는 관객이 알아본다는 걸 증명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트릴로지

비긴 어게인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존 카니 감독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1972년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원래 더 프레임스라는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뮤지션 출신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존 카니 감독은 음악영화 3부작으로 유명합니다. 첫 번째 작품 원스(2007)는 더블린 거리의 가난한 뮤지션들의 사랑을 그렸고, OST 'Falling Slowly'로 제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독립영화 사상 최초로 22만 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기록을 세웠죠.

두 번째 작품이 바로 비긴 어게인(2014)으로, 무대를 뉴욕으로 옮겨 더 세련되고 도시적인 감성을 담아냈습니다. 세 번째 작품 싱 스트리트(2016)는 다시 더블린으로 돌아가 감독 자신의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80년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세 작품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겪는 평범한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거창한 무대나 화려한 퍼포먼스 없이, 진심을 담은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OST의 힘: 음원차트를 점령한 'Lost Stars'

비긴 어게인은 영화만큼이나, 어쩌면 영화보다 더 OST로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특히 대표곡 'Lost Stars'는 2015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5 Critics Choice Award 주제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곡은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애덤 리바인이 부른 버전은 감정을 끌어올려 토해내듯 부르는 스타일로, 직접적인 감정 전달이 특징입니다. 반면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른 버전은 더 담담하게 불러 오히려 더 절절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두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개봉 당시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차트에는 비긴 어게인 OST가 무려 7곡이나 50위권 안에 들었습니다. 'Lost Stars' 외에도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Like a Fool', 'A Step You Can't Take Back' 등 뉴욕의 분위기를 담은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존 카니 감독은 이 영화에 전형적인 사랑 노래나 댄스곡이 아닌, 뉴욕의 분위기를 담은 멜로디를 넣고 싶었다고 합니다. 캐릭터들의 깊은 내면까지 반영할 수 있는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해 음악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OST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뉴욕이라는 또 하나의 주인공

비긴 어게인에서 뉴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댄과 그레타가 앨범을 녹음하는 장소들—센트럴 파크, 차이나타운, 지하철역, 옥상—은 모두 실제 뉴욕의 거리입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돈이 없는 두 사람이 뉴욕 곳곳을 스튜디오로 삼아 음악을 만드는 설정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음악에 생생한 도시의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바람 소리까지 모두 음악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댄과 그레타가 이어폰을 나눠 끼고 밤거리를 걸으며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음악만으로 두 사람의 감정이 전해지는 순간이거든요.


총평: 다시 시작하는 용기에 대하여

비긴 어게인의 가장 큰 매력은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댄은 프로듀서로서, 그레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결국 성공을 거둡니다.

영화는 뻔한 해피엔딩 대신 열린 결말을 선택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각자가 자신의 길을 찾아 한 걸음 내딛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결말이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생각해보면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완벽한 결말보다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더 중요하니까요.

지금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비긴 어게인을 추천드립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새 OST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제목처럼,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 정보 요약

행목 내용
제목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개봉일 2014년 8월 13일 (한국)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테인펠드
러닝타임 104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작비 800만 달러
한국 관객 수 348만 명 (전 세계 1위)
주요 수상 제87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 (Lost St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