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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1985) - 시간여행으로 만나는 부모님의 청춘, 그리고 나의 존재

by 아침햇살 101 2025. 11. 27.

백투더퓨처
백투더퓨처

1985년 힐 밸리, 평범한 고등학생의 특별한 하루

"Roads? Where we're going, we don't need roads."
이 명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1985년 여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한 ‘백 투 더 퓨처’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한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신선하고, 재미있고, 따뜻하다.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는 캘리포니아 힐 밸리에 사는 평범한 17살 고등학생이다. 록 음악을 좋아하고, 스케이트보드로 학교에 가며, 여자친구 제니퍼(클로디아 웰스)와의 데이트를 꿈꾸는 평범한 십대. 그러나 그의 가족사는 조금 특별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특별하게 답답한’ 쪽에 가깝다.

아버지 조지(크리스핀 글로버)는 직장 상사 비프(토마스 F. 윌슨)에게 30년째 시달리는 소심한 인물이고, 어머니 로레인(리 톰슨)은 지나간 청춘만 회상하며 술에 의지한다. 형제들도 하나같이 의욕 없이 살아간다. 그런 마티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은 괴짜 과학자 에메트 브라운 박사, 일명 ‘닥’(크리스토퍼 로이드)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닥은 마티를 쇼핑몰 주차장으로 불러 개조한 드로리안 타임머신을 공개한다. 플루토늄을 연료로 삼아 시속 88마일에 도달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되는 순간, 플루토늄을 빼앗긴 리비아 테러리스트가 나타나 닥을 총으로 쏜다. 마티는 도망치다 실수로 타임머신을 작동시키고, 그 결과 1955년으로 떨어진다.

1955년, 부모님의 첫사랑을 망치다

1955년의 힐 밸리는 마티에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다. 같은 거리, 같은 건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시대. 주유소 직원이 기름을 넣어주고, 콜라는 병에 담겨 있으며, 로큰롤은 이제 막 시작되는 음악이다. 가장 충격적인 건 자신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 17살의 조지와 로레인이 바로 눈앞에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조지가 자동차에 치일 뻔한 로레인을 구하면서 둘이 사랑에 빠져야 한다. 하지만 마티가 로레인을 구하는 바람에 과거가 바뀐다. 더 큰 문제는 로레인이 조지가 아닌 마티에게 반한 것. 자신의 엄마가 자신에게 작업을 거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진다.

리 톰슨의 연기가 특히 빛나는 부분이다. 1985년의 지친 중년 여성과 1955년의 발랄한 소녀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특히 마티에게 "You're my density... I mean, my destiny"라고 말하는 장면은 귀엽으면서도 소름 끼친다. 마티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대비되어 더욱 코믹하다.

마티는 1955년의 닥을 찾아간다. 30년 젊은 닥은 여전히 괴짜 과학자지만, 타임머신을 아직 발명하지 못한 상태. 마티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특히 1985년 닥이 타임머신을 만들 때 머리를 부딪쳐 떠올린 '플럭스 커패시터'를 그려 보이는 장면. 젊은 닥의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다.

인챈트먼트 언더 더 씨 댄스파티, 운명을 바꾸는 연주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학교 댄스파티 ‘인챈트먼트 언더 더 씨’다. 이 날 조지와 로레인이 첫 키스를 해야만 마티와 형제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지는 여전히 비프에게 눌려 있고, 로레인은 마티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마티는 둘을 이어주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마티가 로레인에게 겁을 주는 역할을 하고 조지가 나타나 구해내는 ‘영웅 스토리’를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비프가 등장하며 엉망이 된다. 결국 조지는 처음으로 진짜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Hey you, get your damn hands off her!"
조지가 외치며 비프에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 30년 뒤 가족의 운명이 바뀐다. 소심한 루저였던 조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싸운 장면이다. 이 한 번의 용기가 미래를 완전히 바꾼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티의 ‘Johnny B. Goode’ 연주는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 50년대 스타일로 시작해 점차 80년대 기타 솔로로 폭주하는 모습에 당시 관객들이 얼떨떨해하는 표정이 너무나 절묘하다.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지만, 너희 아이들은 좋아할 거야”라는 대사는 시대의 간극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번개와 시계탑, 그리고 미래로의 귀환

1985년으로 돌아가려면 1.21 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1955년에는 플루토늄을 구할 수 없기에 닥은 자연의 힘을 이용하기로 한다. 마침 마티가 가져온 전단지에 의하면, 일주일 후 시계탑에 번개가 떨어진다. 그 순간 번개의 전력을 타임머신에 전달하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준비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전선을 연결하고, 타이밍을 계산하고, 시속 88마일에 정확히 도달해야 한다. 여기에 감정적 갈등도 더해진다. 마티는 1985년에 닥이 총에 맞아 죽는다는 것을 알리려 하지만, 닥은 미래를 아는 것은 위험하다며 거부한다.

폭풍우 속에서 전선이 끊어지고, 시간은 촉박하고, 모든 것이 위태로운 순간. 닥이 간신히 전선을 연결하고, 마티가 정확한 타이밍에 시계탑 아래를 통과한다. 번개가 타임머신을 관통하는 순간, 1985년으로의 길이 열린다. 특수효과가 지금 기준으로는 조금 낡았을지 몰라도, 그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는 여전히 살아있다.

변화된 1985년, 그리고 계속되는 모험

마티가 돌아온 1985년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조지는 성공한 SF 작가가 되었고, 로레인은 건강하고 행복한 주부가 되었다. 형제들도 각자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비프는 조지의 자동차를 왁싱하는 하인이 되어 있다. 30년 전 단 한 번의 용기가 만든 나비효과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 반에서 늘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맞섰던 순간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 친구의 학교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던 기억이 있다. 뭐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진 않았지만, 한 번의 용기가 만드는 변화를 직접 목격했던 경험이었다.

가장 감동적인 건 마티가 닥의 죽음을 막는 장면이다. 닥이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 마티가 남긴 편지를 결국 읽었던 것이다. "What the hell"이라며 편지를 찢었던 닥도 결국 호기심과 우정을 이기지 못했다. 미래를 아는 것의 위험보다 친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건강 검진을 미루고 계실 때가 생각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에 계속 권유했고, 결국 검진에서 초기 단계의 문제를 발견해 큰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치료할 수 있었다. 닥이 마티의 편지를 읽은 것처럼, 때로는 누군가의 걱정어린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영화는 새로운 모험을 예고하며 끝난다. 닥이 2015년에서 돌아와 마티와 제니퍼를 데리고 간다. "너희 애들한테 문제가 생겼어!"라며. 하늘을 나는 드로리안과 함께 "Where we're going, we don't need roads"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이미 속편을 염두에 둔 엔딩이지만, 그 자체로도 완벽한 마무리다.

실제로 2015년이 되었을 때, 영화속 모습은 실제 세상과 사뭇 다르기는 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없었지만 스마트폰이라는 더 놀라운 미래가 왔다. 영화가 예측한 미래와 실제 미래는 달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미래를 향한 설렘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남긴 메시지

로버트 저메키스와 밥 게일의 각본은 타임 패러독스라는 난제를 유쾌하고 간결하게 풀어내며, 코미디·액션·로맨스·가족 드라마까지 완벽하게 조합했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단순한 설정을 ‘단 한 번의 용기가 인생을 바꾼다’는 메시지로 확장시킨 것도 이 영화의 힘이다.

앨런 실베스트리의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메인 테마는 모험의 설렘을 극대화하고, 타임머신이 작동하는 장면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운전하다 이 음악이 나오면 문득 속도를 확인하게 되는 건, 아마 많은 팬들이 공감할 것이다.

 


영화 정보

  • 제목: Back to the Future (백 투 더 퓨처)
  • 개봉: 1985년 7월 3일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제작: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리 톰슨, 크리스핀 글로버
  • 장르: SF/어드벤처/코미디
  • 러닝타임: 116분

평점: ★★★★★ (5/5)

시간여행 영화의 교과서이자 80년대 블록버스터의 정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철학적 질문까지 담은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추천하고 싶은 분들:

  • 모든 연령대의 관객 (진짜로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영화)
  • 80년대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
  • 타임 패러독스와 SF를 좋아하는 분들
  • 가족 영화를 찾는 분들
  • 완벽한 각본의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

함께 보면 좋은 영화들:

  • 백 투 더 퓨처 2, 3 (1989, 1990) - 시리즈의 완성
  • E.T. (1982) - 또 다른 스필버그-80년대 명작
  • 빅 (1988) - 시간을 다룬 또 다른 판타지
  • 그레믈린 (1984) - 같은 시대의 가족 어드벤처